효용성과 참신성 잃은 북한의 4차 핵실험 강행 위협

최근 북한은 동남아 국가들뿐 아니라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하는 외교노선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는 등 꾸준히 핵위협을 가하면서 6자회담의 재개를 촉구하며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술을 동원하고 있다. 필자는 이 같은 북한의 전술적 노력들이 새로운 것이 아니며 위기조성을 통한 목적달성 의도는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유럽을 순방 중이던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 강석주가 지난 7일 독일에서 조건 없는 6자회담의 재개를 요구한 가운데, 9일에는 우리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하여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백악관과 국방부 등의 한반도 관련 인사 등과 북핵 문제에 대해 전반적인 협의를 할 예정이다. 최근까지 미-북 대화나 6자회담에 관한 한국과 미국의 입장은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북측이 비핵화의 진정성 있는 행동을 먼저 보여주지 않는 한 북한의 가식적인 유화공세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징후가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보고서를 통해 북한 영변의 5MW급 가스 흑연 원자로에서 수증기가 방출되고 냉각수가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고 있다는 점을 공식화한 것이다. 사실 영변 핵시설이 재가동되고 있다는 점은 미국 내 북한 전문 매체인 ’38NORTH’, ‘NK NEWS’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었다. 하지만 공식적인 국제 핵사찰 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가 이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이번 보고서의 의미는 남다르다. 그렇다면 위기가 공식 확인됐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당황하며 북한을 달랠 묘책을 강구할 것인가?

북한은 지난 2008년 6월 미국과의 합의에 따라 5MW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한 이후 몇 년 동안 원자로 가동을 중단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조선중앙통신은 ‘조선원자력총국 현존 핵시설들의 용도 조절 변경’을 언급하면서 가동을 중지했던 5MW 흑연감속로를 재정비, 재가동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올해 4월 말부터는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에서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 후에도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실험 위협을 지속하면서 미국과 국제사회를 긴장시켜 왔다. 지난 8월 10일 미얀마에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한 북한 외무상 리수용이 4차 핵실험의 실행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북한은 어떤 행동도 할 권리가 있으며 그 권리를 실행할 것이라고 말해 4차 핵실험 가능성을 은연중에 시사했다.

이처럼 북한이 4차 핵실험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편에서는 대화를 요구하는 공세적 흥정의 모습은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 상대로 하여금 대화 요구를 수용토록 하기 위해 강압적인 위기조성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의도를 간파하고 있기에 그다지 당황하지 않는 기색이다. 우리 정부의 대응도 비교적 침착하다. 이것은 북한의 위기조성전술이 효용성과 참신함을 잃었다는 점을 말해준다.

위기조성전술이 효과를 얻기 위해선 상대가 예측하지 못한 재료를 동원하여 비교적 오랜 시간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혹은 지구전을 통해서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한 가져갈 요량이 아니라면 단기간에 승부를 봐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4차 핵실험이라는 소재는 지난해 4월 이후 1년 반 가까이 질질 끌면서 상대에게 피로감과 내성만을 불어넣었다. 4차 핵실험이라는 풍선을 띄워놓고 북한이 얻어낸 것은 국제적인 고립의 심화와 중국으로부터의 냉랭한 대우뿐이었다.

북한이 만일 영변 흑연원자로를 통해 플루토늄을 추출하고, 추가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그들의 희망처럼 6자회담이 열리는 길은 사실상 폐쇄될 것이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해 핵실험 강행을 위협하는 전술도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제는 깨달을 때도 됐다. 핵을 지니고 있는 한 북한이 최근 시도하고 있는 외교대상의 다변화도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국제사회는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자유 수호 의지를 지닌 나라만을 원한다는 사실을 북한은 통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