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과 결혼 탈북여성 과반수 구타에 시달려”

중국 남성과 혼인한 탈북 여성 가운데 절반 이상이 구타 등 심각한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는 24일 통일부 후원으로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재중탈북자 12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실시한 ‘중국내 탈북자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중 52%(64명)의 탈북 여성들이 중국 배우자의 구타를 경험했다. 중국에서 혼인하는 탈북자 대부분이 여성이고,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중 5명이 남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배우자에게 구타를 받는 탈북 여성의 비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이 64명 중 한 달에 한 번 이상의 구타를 당한다고 답한 응답자도 35명(54%)에 달했다. 특히 이 같은 구타는 중국 배우자의 취중에 자주 벌어졌다. 자신의 스트레스를 음주 후, 탈북 아내에 대한 폭행을 통해 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중국 배우자의 폭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탈북여성은 극소수였다.


보고서는 중국 배우자로부터의 폭력 피해자 64명 중 34명은 전혀 대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특별한 잘못을 하지 않았지만 용서를 구하거나(8명) 도망(16명)을 간다고 밝힌 탈북자도 상당수였다. 맞서서 싸우거나 이웃의 도움을 청한다고 응답한 탈북여성은 6명에 불과했다.


탈북 여성들은 중국 배우자의 폭력에 대응할 경우, 중국 공안에 잡혀 강제 북송될 것이라는 염려 때문에 무차별적인 폭력을 참고 있었다. 또한 탈북 여성들이 연고지가 없다는 것도 폭력을 참는 가장 큰 원인으로 조사됐다.


재중 탈북자인 김화 씨는 설문·인터뷰를 통해 “중국 남편은 내가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언제든지 도망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나를 의심한다. 그런 것이 쌓여서 (중국)남편하고 싸우고 난 후에는 정작 어디 갈 곳이 없다”면서 “남편에게서 도망가더라도 보통 며칠 못 견디고 다시 돌아 온다”고 말했다.


또한 “남편이 알콜중독자라서 싸움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맞아서 피가 터져도 남한테 얘기하면 도리어 망신만 당한다. 친척집에 가면 왜 여기와서 이렇게 밖에 못 사냐고 욕을 먹기 때문에 혼자서 속만 끓인다”고 전했다.


한편 설문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주민들이(41%) 질병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관절에 문제가 있으며 이는 북한보다 중국에서(54%) 더 많은 노동에 시달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향후 거취 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한국행을 시도할 것이라는 응답자 수가 전체응답자의 75%나 차지했다고 전했다. 한국행을 택하지 않은 대다수는 북한 내에 있는 가족들, 경제적 어려움 등의 이유를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