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단속 109 상무 활개…혜산서 한국드라마 시청 2명 체포

소식통 “단속에 다양한 방법 동원…정작 단속반은 회수 드라마 시청”

▲북한에서 유행하고 있는 영상 재생기 노트텔 모습.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북한에서 한국 영화나 드라마 단속에 관계기관이 총동원되고 있다. 지역 보안서와 보위부에 한류 단속을 전문으로 하는 109 그루빠(상무)까지 활개를 치면서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려면 큰 위험을 감수해야 상황이라고 내부 소식통이 11일 전했다.

양강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혜산시 연풍동에 사는 20대 남성 두 명이 대낮에 컴퓨터로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109그루빠에 단속됐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문 밖에서 문을 두드려 재빨리 컴퓨터에서 메모리를 제거해 숨겼는데, 방안으로 들어온 109 상무 조원들이 방안을 뒤져 한국 드라마가 저장된 메모리를 찾아내 현장에서 이들을 체포했다”고 말했다.

적발된 메모리에는 한국영화와 드라마 3편, 한국 노래까지 담겨 있어 증거를 확보한 109 상무는 이들을 보안서로 데려가 취조를 진행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109 상무는 북한이 유통이나 시청을 금지하는 외국영화 CD나 USB 불법 복제와 판매, 시청을 전문적으로 단속하는 당, 보위부, 보안성 합동 검열단이다. 최근 들어 이들은 내부에 정보원을 심거나 위장 유포자까지 동원해 단속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는 한국 드라마 CD와 USB를 유포한 자에 대해 최고 사형까지 처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다 단속되면 공개 재판을 열어 망신을 주고 교화형에 처한다. 청소년들이 단속될 경우 교양소에 보내 6개월에서 1년간 사상 교육을 시킨다.  

소식통은 “가족들이 두 청년을 구하기 위해 손전화기도 팔고 돈을 마련해보고 있지만, 분위기가 웬만한 돈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의 처벌 의지가 강해 뇌물을 주고 풀려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한국 드라마 단속은 요새 들어 쉴 틈이 없고 지속적이다”면서 “109 상무가 활개를 치면서도 본인들은 정작 회수된 물건을 집에 가져다 놓고 보고, 자식들도 보여준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한류 단속이 강화되고 있지만 뿌리가 뽑히지 않는 데는 바로 간부들의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주민들만 희생양을 만들어 단속 성과를 올리면서 정작 본인들은 한류(韓流)를 즐긴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