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산원에 리설주-김여정 ‘특별약 선물’ 내려져… ‘인민애’ 부각

9호 제품으로 올려진 산청·산삼 등 보약재들 공급…내부선 "쌀, 기름부터 보장돼야" 뒷말도

평양산원
평양산원. / 사진=조선의오늘 홈페이지 캡처

북한 평양의 대표 여성전문병원인 평양산원(대동강구역)에 최근 리설주, 김여정 이름으로 ‘사랑의 특별약’ 선물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인 리설주와 김여정을 내세워 병원과 산모들을 직접 챙기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당의 ‘인민사랑’을 선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평양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에 “지난 4일 평양산원 의사들과 간호원, 종업원, 관리일군(일꾼)들이 다 모인 회의실에서 사랑의 특별약 선물 전달식이 진행됐다”며 “전달식에는 당 조직지도부가 내려와 선물전달사를 낭독하고 선물명세표 내역을 알려줬다”고 전했다.

이번 선물이 내려진 배경은 정확치 않으나, 평양산원이 세워진 지 40주년이 되는 올해 3월 500번째 세쌍둥이가 태어나면서 한바탕 떠들썩한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세쌍둥이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보였던 김일성의 사망 26주기(7월 8일)를 맞으면서 평양산원에 특별 선물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3월 말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평양산원 창립 40돌이 되는 뜻깊은 올해에는 500번째 세쌍둥이가 태어나 만사람을 기쁘게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세쌍둥이들이 끊임없이 태어나고 조국의 미래로 훌륭히 자라고 있는 것은 우리의 사회주의보건 제도의 우월성에 대한 뚜렷한 과시이며 여성들과 어린이들을 위해 그 무엇도 아끼지 않는 어머니당의 고마운 은덕이 안아온 응당한 결실”이라고 선전한 바 있다.

북한이 이렇듯 세쌍둥이를 체제 선전에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김일성이 생전 “세쌍둥이가 태어나는 것은 나라가 흥할 징조”라고 언급하면서부터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는 세쌍둥이 탄생이 큰 경사로 여겨져 왔는데, 실제 북한 당국은 세쌍둥이를 임신한 여성이 지방에 거주하면 헬기를 띄워서라도 데려와 평양산원에서 치료받게 하고 해당 가정에 주택을 제공해주기도 하는 등 국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 조직부가 평양산원에 내려와 전한 선물전달사에는 ‘두 분의 대원수님들(김일성·김정일)의 평양산원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그대로 체현하신 존경하는 리설주 여사와 김여정 제1부부장 동지께서 평양산원에 사랑의 특별약 선물을 보내주셨다’라는 언급만 있을 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단 한 차례도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산원에 최고지도자가 아닌 여성의 이름으로 국가 선물이 내려온 것은 김경희와 고영희 이후 처음으로,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특히 선물전달사 마지막 부분에는 김여정이 ‘평양산원만큼은 내가 책임지겠으니 무슨 일이 있으면 원장이 직접 내게 전화하라. 그러면 반드시 문제를 풀어주겠다’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겨 일부 참석자들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회의실에서는 어머니당의 사랑에 충성으로 보답하기 위해 어떤 과업들을 어떤 자세로 수행해나갈 것인지를 두고 평양산원 기술부원장, 약국과장, 조산원 등이 참여하는 토론이 진행됐다고 한다.

이번에 내려진 선물은 산청(산꿀)과 산삼, 개성고려 재배인삼, 녹용과 같은 보약재들로, 이는 전체 주민이 김 위원장 앞으로 올려보내는 이른바 ‘9호 제품’들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무엇보다 산원에서는 꿀 보장이 주요한 문제로 다뤄지고 있는데 이번에 리설주와 김여정의 이름으로 꿀이 내려져 현재 평양산원 후방부에 물량이 들어와 있는 상태로 전해졌다.

북한에는 산후더침을 막는다며 출산 직후 그 자리에서 바로 산모에게 꿀을 먹이는 관습이 있다. 다만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며 국가가 꿀을 보장해줄 여건이 되질 않자 병원이 직접 꿀벌 치기(양봉)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이를 마련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다만 평앙산원 내부에서는 “원수님(김 위원장)께서 인민들이 올린 산청, 산삼 같은 것들은 하나도 안 드시고 독일산 약만 드신다더라”라며 수군대는 목소리가 나왔다는 전언이다. 주민들이 올린 진상품 중 품질이 뛰어난 것들만 만수무강연구소에 보내 가공해 쓰고, 남은 것은 특별 선물 명목으로 내리면서 인민사랑으로 포장해 선전하고 있다는 뒷말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 밖에 한편에서는 쌀과 기름, 미역 식자재부터 제대로 보장돼야 한다는 말도 흘러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지금 평양산원 산모들에게는 하루 630g의 쌀이 공급되는데 양도 적고 한심하다. 미역국도 원래는 매끼 나왔는데 이제는 첫 끼에만 나오고, 기름기 있는 반찬도 없다”며 “그래서 가족이나 친척이 도시락을 싸 오는데 지방에서 올라와 평양에 가족도 친척도 없는 산모들은 건너 아는 사람을 통해 겨우 밥을 받아먹는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