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포커스] 시찰서 전폭적 재정지원 약속 김정은, 무엇을 노리나?

북한은 지난 4월 20일 당중앙위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2013년 3월, 당중앙위 제6기 제2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했던 <핵·경제병진노선>을 <경제건설 총력집중>이라는 노선으로 전환시켰다. 그렇다면, 현재 북한에서 이 같은 정치 변동시기에 걸 맞는 김정은의 지도자상(이미지)이 나타나고 있는가.

김정은 정권초기부터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2017년도 말까지는 정치변동시기에 걸 맞는 김정은의 지도자상이 생성되었었다. 현재까지 김정은 정권의 정치변동을 다섯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1단계는 ‘정권승계시기’(권력구축, 2012년), 2단계는 ‘리더십확보시기’(2014년), 3단계는 ‘독자노선추진시기’(2015년), 4단계는 ‘핵무력완성단계시기’(2017년), 5단계는 ‘경제건설집중시기’(2018년)이다.

1단계 시에는 헌법에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명시함으로 김정은은 ‘세계의 태양’이라는 지도자상을 얻었다. 동시에 ‘김일성-김정일주의’(김정일애국주의)를 정식화함으로 ‘사상의 영재’라는 지도자상이 부여되었다. 2단계의 리더십확보시기는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다음해로 평가되는데, 이때 김정은의 대표적인 지도자상이 아이러니하게도 ‘자애로운 어버이’였다.

<조선중앙년감>에서 소개한 2014년 주요문학작품들 대부분이 김정은의 지도자상을 ‘어버이’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이다. ‘민족의 어버이’, ‘우리 어버이’ 등이 대표적 작품이다. 동시에 북한의 공식문건인 정치문건·당문건에서도 김정은을 ‘어버이’로 표기하기 시작했다.

3단계 ‘독자노선추진시기’인 2016년, 북한은 1980년 제6차당대회가 개최된 지 36년 만에 제7차당대회를 열어서 당규약 개정 및 헌법을 수정하여 김정은을 새로운 직제인 ‘당위원장’, ‘국무위원장’에 추대한다. 이때 김정은에게 부여된 지도자상이 바로 ‘최고 령도자’이다.

4단계 ‘핵무력 완성단계시기’인 2017년에 북한은 ‘백두산태양맞이모임’을 8월에 개최하여 김정은을 김일성, 김정일 다음인 ‘백두산3대장군’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 전에 백두산3대장군은 김정숙이었다. 드디어, 2017년 김정은이 ‘백두산 3대장군’에 등극한 것이다. 김정은 정권이 2014년에 국가목표를 ‘백두산 대국’으로 선언한 이후부터 이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김정은의 백두산 3대장군 등극은 백두산 대국을 이끌어갈 주체가 바로 김정은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천명한 것이다. 또한, ‘백두산 대국’ 완성의 절대요소가 바로 핵무력이라고 공표하였다.

2018년 4월에 ‘핵무기 병기화’를 선언한 북한은 ‘경제건설총력집중’이라는 정책 목표를 상정하였다. 이후, 김정은은 매월 수차례씩 꾸준히 경제시찰을 하고 있다. 5월24일 고암-답촌철길 현지지도를 시작으로 원산갈마해안광광지구건설장을 5월 25일 방문해서 세계적인 해안관광도시라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내년 4월15일인 태양절까지 완공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이후, 6월 8일 평양대동강 수산물 식당 시찰해서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세계 여러나라 음식을 준비하라고 지시하였다. 신의주화장품공장(7.1)에 가서는 화장품 ‘봄향기’를 세계적 수준의 질로 향상시키라고 하면서 이 공장을 경공업 발전의 선두주자라고 치켜세우기도 하였다.

하지만, 신의주화학섬유공장(7.2)에 가서는 불호령을 내렸다. 공장을 개건·현대화 하는 데 게을러터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공장을 ‘마굿간’으로 표현하기까지 했다. 김정은은 그 후 신의주방직공장(7.2)뿐만 아니라 가는 곳마다 질책하고 호통을 쳤다. 청진가방공장(7.16)을 가서는 함경북도 당위원회가 형식주의에 빠져있다고 강하게 문책하며 사업을 전면검토할 것과 엄중한 처벌을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온포 휴양소(7.17, 유명한 온천지)가서는 목욕탕 욕조가 양어장의 물고기 수조보다 못하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염분진 호텔건설장(7.17)에 가서도 착공을 한지 6년이 지났는데도 내부미장도 못했다고 호통을 치면서 10월 10일까지 완공하라고 했다. 어랑천발전소건설현장(7.16)에서는 건설을 시작한지 17년이 되었는데도 공사가 70%밖에 진행되지 않았다고 격노하면서 이것도 10월 10일까지 완료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시찰상황들을 북한매체들은 조금도 여과 없이 방송으로 내보냈다. 북한이 작년부터 한창 부르짖고 있는 ‘만리마 속도전’이 무색할 정도로 말이다.

김정은은 북한지역 곳곳을 다니면서 북한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북한을 대표하는 공장이 ‘마굿간’이라고 불릴 만큼 형편없다면 다른 지역의 공장들이야 안 봐도 그 수준이 뻔하지 않겠는가. 왜, 김정은은 노골적으로 이런 치부를 전면공개하고 나서고 있는가. 아주 작심한 듯 말이다.

김정은의 시찰보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김정은은 가는 곳마다 전폭적인 재정지원을 장담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함경북도 경성군 증평리(7.16)에 가서는 대규모 남새온실농장계획을 밝히면서 그 면적이 100정보(약 30만평)라고 했다. 함경북도를 ‘사회주의농촌문화건설의 본보기’가 되게 하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다. 평안북도 신도군에 가서는 화학섬유원료기지로 구축하겠다고 하였고 혁명의 성지로 불리는 삼지연군에 가서는 ‘전군의 본보기군’, ‘세계관광구획’으로 조성하겠다고 하였다. 또한, 함경도 염분진을 해안관광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청진조선소(7.16)에서는 ‘만경봉-92호’보다 훨씬 향상된 대형선박을 건조하라고 지시하면서 조선소 정비를 확장하고 현대화시키겠다고 하였다. 그 이후 시찰했던 어랑천발전소건설장(7.16)을 비롯한 강원도 및 평안남도 지역의 건설현장, 공장들에 가서도 전폭적인 재정지원을 약속하였다.

북한이 4월 20일 <경제건설총력집중>이라고 선언한 후 5월24일, 고안-답촌철길을 시작으로 8월21일, 묘향산의료공장 시찰까지 김정은은 3개월 동안 약 30여 곳의 경제시찰을 하였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및 외교행사가 없었으면 더 많은 곳을 둘러봤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 같은 경제시찰행보는 계속 이어지리라고 본다. 그리고 가는 곳마다 전폭적인 재정지원을 약속할 것이다. 그렇게 들어가는 자금은 천문학적인 숫자가 될 것이다.

김정은의 이러한 행보는 북한 전 지역을 전면 개조시키겠다는 것을 외부에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경제건설에 총력집중 할 테니 국제사회가 믿어달라는 것이다. 더불어, 국제제재를 풀고 경제적 지원을 해달라는 제스처로 보인다. 특히, 해외관광객유치에 초집중하고 있다. 두, 세달 만에 삼지연군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건설장을 찾은 것을 보면 말이다. 여기에 화답이라도 하듯, 우리 정부는 지난 8월 15일 기점으로 비핵화보다 ‘남북관계개선’을 우선순위로 놓았다. 반면, 미국 트럼프행정부는 비핵화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북한이 핵물질을 신고하는 게 비핵화의 근본 조치라고 하였다.

최근 3개월 동안의 김정은의 광폭적인 경제시찰행보를 통해 김정은은 인민을 ‘낙원으로 이끄는 지도자’(2018년 5월, 김정은수령형상단편소설 내용에서 차용)라는 지도자상을 얻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와 관련된 지도자상은 전혀 북한에서 나타나고 있지 않는다. 김정은은 ‘비핵화’를 전혀 입에 올리지 않고 있으며 이미 북한은 ‘핵무력 완성’, ‘핵무기 병기화’를 선언하였다. 김정은이 아무리 쉴 새 없이 경제시찰을 하며 북한 전 지역을 누비고 다닌다고 해도 확실한 비핵화 관련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다 공염불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이 돌연 취소된 것에서 알 수 있듯 북한이 핵물질을 신고하느냐가 김정은에 비핵화 의지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