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주민 “협상 결렬 소식 대체로 알아…기대 없어 실망도 안해”

[직격 인터뷰] "제재 풀린다 소문 돌았지만, 믿지 않는 분위기…당국은 김정은 담력 선전"

김명길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사진=연합

북한 당국이 지난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 사실을 내부에 공식화하지 않고 있지만, 현재 평양에는 이에 대한 소식이 퍼져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주민들은 북미협상에 대체로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어, 협상 결과에 아쉬움을 표하는 등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는 북미 실무협상의 결렬에 대한 북한 내 반응과 이와 관련해 현재 당국이 어떤 방식으로 내부를 다독이고 있는지를 파악하고자 복수의 평양 주민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 평양 주민은 최근 진행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북미협상 소식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알고 있다. (평양 주민들도) 어떻게 아는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며 “아마 (한국 등 외부) 방송을 듣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이 같은 소식을 들은 주민들의 반응에 대해 “충격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면서 “지금까지 미국을 ‘지구상에서 없애버려야 할 존재’, ‘철천지 원수’라는 등 말도 못 할 만큼의 증오심만 키워 온 선전 때문에 주민들은 대체로 조미(북미)협상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평양 주민 역시 “(협상 결렬 소식을) 듣긴 들었다”면서 “솔직히 백성들은 신경도 안 쓰고, 지식 있는 사람들이나 저희끼리 ‘맨날 미국이니 남조선(한국)이니 해봤자 마지막에 다 뒤집는데 그게 되겠나’라고 비판하는데, 이 사람들 인식이 이런데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 주민은 “핵 포기라는 것은 허황한 말”이라며 “조선(북한)이 하는 건 다 보여주기만 하는 거라 실무자 협상이니 수뇌회담이니 그런 것은 소용없다”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다음은 평양 주민들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대동강 맥주
북한 평양에서 대동강맥주를 즐기고 있는 주민들. /사진=조선의 오늘 캡처

-얼마 전 미국과 북한이 스웨덴에서 만나 협상을 진행했는데, 최종 결렬됐다. 이 소식을 알고 있나?

“알고 있다.”(평양 주민 1)
“듣긴 들었다. 보니까 완전히 깨진 않고 나중에 만나길 기대하는 것 같았다.”(평양 주민 2)

-평양에도 이 소식이 퍼졌나?

“어떻게 아는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더라. 아마 (한국 등 외부) 방송을 듣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대학생들이 많이 안다.”

-주민들 반응은 어땠나?

“주민들은 조미협상에 대한 기대치가 그다지 높지 않다. 지금까지 미국에 대해 강력한 보복을 해야 한다고 했고, ‘지구상에서 없애버려야 할 존재’라거나 ‘철천지 원수’라는 등 말도 못 할 만큼 증오심만 키워 온 선전 때문이기도 하다.”
“솔직히 백성들은 신경도 안 쓰고, 지식 있는 교양있는 사람들이나 저희끼리 “그것(협상) 해봐야 뭐 하겠나. 마지막에 우리가 다 뒤집어 놓는 것이 특징인데. 될 듯 말 듯하다가 막판에 깨니까. 맨날 미국이니 남조선(한국)이니 해봤자 당 일꾼들이 뒤집는데 그게 되겠나”라고 비판한다. 지식 있는 사람들 인식이 이런데 뭐 되겠나.”

-비핵화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낮거나 없다는 말인가?

“주민들로서는 조미협상이 결렬됐다는 것을 절대 충격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애초부터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오히려 은근히 권력층이 더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핵을 포기한다는 것은 김씨 일가가 나라를 포기한다는 것과 같다. 핵 포기한다는 말은 그만큼 허황한 말이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조선(북한) 사람들 어디도 가지 못하게 하고, 외국 텔레비전을 보지도 못하게 하는데 김씨 일가가 나라 포기하고 그렇게 하겠나’라고 말한다. 암만 실무자 협상이니 수뇌회담이니 해도 그거 소용없다. 조선이 하는 건 다 보여주기만 하는 거다.”

-협상이 잘 돼 제재가 풀리기를 바라는 주민들은 없나?

“평양에서 ‘9월이나 10월에 경제 봉쇄가 풀릴 것’이라는 소문이 돌긴 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믿는 눈치는 아니었다. 단, 제재가 풀렸으면 좋겠다는 말은 하는 걸 봐서 조미회담이 잘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는 것 같다.”

– 북미협상에 대해 당국은 어떻게 선전하고 있고, 실제로 어떤 움직임을 보이나?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담력에 대해 특별히 강조를 많이 한다. 또 탁월한 외교 전술로 미국 트럼프를 압도하고 있다는 식의 선전을 많이 한다. 이렇게 요란한 선전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국가적인 차원에서 강연회 등을 통해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미국이 무릎을 꿇게 될 것’이라는 말을 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