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주민 “옥수수 80%-베트남쌀 20% 섞은 보름치 식량받아”

평양도 배급 시스템 무너지나?...소식통 "주변 구역은 식량 못 받아"

곡물을 흥정하고 있는 북한 주민.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데일리NK

경제난으로 인한 북한의 배급 시스템은 상당히 무너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주요 엘리트 계층에게는 여전히 배급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혁명의 수도’로 불리는 평양은 다른 지역에 비해 배급이 잘 되는 편이다. 그러나 최근 평양도 배급이 원활하지 않으며 그마저도 핵심엘리트 계층과 그 외의 주민 간 차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에 “최근 배급은 지난달에 강냉이(옥수수) 80%와 알락미(안남미의 북한말) 20%를 섞어 보름치를 한 번 준 것이 전부”라면서 “지난 8, 9월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그마나 이제는 가족 분의 배급은 이뤄지지 않고 본인 량만 책정해서 준다”면서 “그거라도 받겠다고 지난달 배급에서 주민들은 정말 새카맣게 줄을 서는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기존에 이뤄지던 배급이 축소됐다는 의미로 북한의 식량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특히 베트남 정부가 지난 6월 지원한 쌀을 당국이 배급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읽혀진다.

본지는 이날 식량 사정에 밝은 내부소식통을 통해 북한의 올해 알곡 수확량이 작년에 비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농업 부문 일꾼들 사이에서 내년 식량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중이라고 보도했다.(▶관련기사 : “올해 수확량 지난해보다 더 떨어져…주민들 식량 걱정에 한숨”)

식량 사정이 좋지 않아 배급량을 조절하고 있음에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식통은 “룡성구역 같은 주변 구역은 배급을 주지 않았다”면서 “중심 구역은 그나마 배급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핵심 엘리트층이 거주하는 평양 중심구역이나 노동당 중앙당 간부들에게만 배급이 진행됐다는 이야기로 평양 내에서도 특정 지역 거주자나 특정 집단에 소속한 사람을 우선시하는 차별 정책이 시행된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평양 중심구역은 30호대상이라고 불리며 중구역, 평천구역, 모란봉구역 등 6개다. 중심구역에는 북한의 당과 내각의 국장급 간부와 대학교수 등 핵심 지도층이 거주하고 있으며 주요 정권기관들이 자리 잡고 있다. 평양 주변구역은 410호 대상이라고 불리며 낙랑구역, 대동강구역, 형제산구역, 룡성구역 등 12개다.

소식통은 “주변 구역에 사는 지인 중에는 배급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어 사람마다 배급을 주는 기준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며 “중앙당 기관 사람들은 당국에서 장사를 못 하게 하니 배급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앙당 기관 사람들은 당국에서 본인뿐만 아니라 부인도 장사를 못 하게 하다 보니 배급을 줘야 한다”며 “그런데도 배급만 받아서는 평양에서 살기는 어려워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 평양 내에서도 배급이 차별적으로 되는 점으로 미뤄보아 지방의 사정은 더욱 열악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3월 내부 소식통은 본지에 평안남도 당 위원회와 각 시·군 당 위원회, 보안 감찰 기관 등 거의 모든 기관에 대한 식량 공급이 원만하지 못해 처음으로 출근율이 70% 이하로 떨어졌다고 말한 바 있다. (▶관련기사 : 열악한 식량사정 호소한 北…권력기관 배급 마저 무너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