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후 처음…北, 입대 희망자 ‘가졸업’ 조치

잇따른 방학 연장에 관련 조치 하달...소식통 "11일까지 대상자 명단 추릴 듯"

조선인민군.
조선인민군.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북한 당국이 최근 올해 대학 졸업 예정자 중 입대 희망자에게 우선 졸업증을 수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잇따른 방학 연장 조치에 졸업이 늦춰지는 탓에 초모(招募, 입영을 뜻함) 사업이 차질이 예상되자,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북한에선 2월 말경 대학 졸업식이 진행된다. 이후 입대를 희망하는 대학 졸업생은 신청할 수 있다. 여기서 대학 졸업자들은 보통 하전사로 입대(다만 간부 자녀는 장교)하고, 신병교육이 끝나면 바로 상급병사(견장 세줄) 군사 칭호(중학교 졸업생은 6개월 이후 하급병사(견장 한줄))가 수여된다.

다만 올해는 2월 16일 돌연 방학 연장 조치가 하달됐고, 자연스럽게 이런 행정 시스템도 작동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9일 데일리NK 강원도 군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6일 각 대학에 초모를 희망하는 대학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가졸업(假卒業)을 시키라’는 지시가 하달됐다. 국가적 비상 체계이긴 하지만 군 행정 시스템은 원활히 진행돼야 한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당국의 지시에 각 대학 학생간부부는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이날 졸업 예정 학생들에게 지시사항을 바로 전달했고, “8일까지 희망 의사를 밝혀라”라고 했다는 것이다. 또한 11일까지는 대상자 명단을 추려 대학 졸업증을 먼저 수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각 군사동원부(우리의 병무청)도 신속히 움직이고 있다. 각 대학에서 초모 대상 명단을 받은 이후 바로 신체검사 및 사상적 검열 작업을 거쳐 최종 대상자들을 내달 9일까지 각 군의 신입병사 훈련소로 호송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대상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단 간부나 돈주 자녀들은 “굳이 군에 나가지 않더라도 사회에서 얼마든지 입당(入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에게는 ‘군=성공의 필수 요소’가 아니라는 뜻이다.

반면 실력은 있지만 가난한 가정의 학생의 경우 당국이 강요하지 않고 있지만, ‘가졸업’ 조치에 호응하는 분위기다. 부족한 재력이 간부로 성장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3년만 견디다 오자’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에서 가졸업 조치는 1976년 8월 18일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이후 44년 만이다. 당시 전국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졸업생 중 군입대 탄원자에게 ‘가졸업’ 조치를 실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