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북한 헌법, 김정은 독재권력 견지 역할 수행 못해”

[주간 北 미디어] "권력 관철 도구로 전락...비정상적 법률구조 바로 잡아야"

북한이 정상 국가를 지향한다면 비정상적인 법률 구조부터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31일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이 진행한 ‘주간 북한 미디어’ 분석에서 “북한에서는 김정은 일가의 언행이 헌법의 상위 규범으로 작동되고 있다”면서 “북한이 정상 국가로 나아가려면 비정상적인 법률구조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며 국가의 근본 규범 등을 담고 있는 최상위 법 규범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당의 강령이 헌법보다 상위 규범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 북한 헌법 11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로동당의 령도(영도) 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의 말이 당의 강령보다도 상위 규범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태 전 공사의 지적이다.

태 전 공사는 “북한에서는 조선로동당 규약과 강령이 최고 규범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며 “김씨 일가에 대한 맹목적 충성을 강요하는 당의 유일적 령도 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이 북한 주민의 삶을 옥죄는 최고규범이다”고 말했다.

‘당의 유일적 령도 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은 1974년 발표된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을 2013년에 일부 개정해 만든 것으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세습을 정당화하고 권력을 공고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어 그는 “10대 원칙마저도 김정은의 말 한마디면 얼마든지 개정할 수 있다”면서 “결론적으로 김정은의 말이 북한의 최고 규범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태 전 공사는 이런 이유로 인해 북한 헌법은 국가 권력을 견제하거나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세계의 모든 헌법이 국가 지도자나 정부의 권력 남용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 “그러나 북한 헌법만은 김정은의 독재 권력에 방해가 되는가 안되는가를 판단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태 전 공사는 “정상적인 국가에서 법의 지배가 법의 자율성, 법의 우위성에 입각해 국가권력의 제한으로 이어진다”며 “그러나 북한 헌법은 국가권력의 절대성과 법의 수단성에 기초해 권력을 관철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때문에 북한 헌법에는 지도자나 국가에 대항하는 개인의 방어수단의 권리가 존재할 수 없다”며 “사람들이 개개인의 권리로서의 기본권에 관한 개념이 인정되지 않고 오직 수령의 권리만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동신문은 지난 27일(북한 헌법절) ‘사회제도를 더욱 공고발전시키자’는 사설을 통해 “나라의 법규범과 규정들을 철저히 준수하는것은 우리의 정치사상진지, 계급진지를 철벽으로 다지기 위한 중차대한 문제이다”고 전한 바 있다.

[다음은 태 전 공사의 분석 내용 전문]

다사다난했던 2019년을 마무리하면서 올해 마지막 ‘주간 북한 미디어’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 헌법의 문제점을 따져보고자 합니다.

북한 헌법절인 지난 12월 27일 노동신문은 1면에 사설에 “사회주의 헌법을 철저히 구현하여 우리의 국가사회제도를 더욱 공고 발전시키자“는 사설이 실렸습니다.

일반적으로 국가에서 최고 규범은 헌법입니다.

하지만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내건 공산주의 국가에선 당이 국가보다 우위에 있음으로 당 강령이 국가 헌법보다 더 상위의 규범입니다.

중국이나 쿠바, 베트남 같은 공산국가에서도 당 강령이 헌법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북한 헌법에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로동당의령도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며 일당독재를 규정하고 있고 당 강령이 헌법보다 우위에 있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조선로동당 규약과 강령이 북한의 최고규범인가 하는 것인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북한은 헌법에서는 지도이념을 ‘공산주의’란 말 대신 ‘김일성-김정일주의’로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김씨 일가에 대한 맹목적 충성을 강요하는 ‘당의 유일적 령도체계확립의 10대 원칙’이 북한 주민의 삶을 옥죄는 최고 규범으로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결국에는 이 10대 원칙조차 김정은의 말 한마디로 얼마든지 개정할 수 있어 김정은의 말이 북한의 최고 규범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신문 사설에서 언급하듯 북한 헌법은 김일성-김정일주의 헌법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지금 이 세상 어디에서도 나라의 헌법을 세습가문의 이름을 붙여 부르는 헌법이 없습니다.

북한 노동신문도 북한 헌법을 ‘세계에 유일무이한 가장 훌륭한 법전’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헌법이 김일성-김정일 헌법이라고 명기하고 있다는 것은 김씨가문의 말과 지시가 법 성립근거가 되거나 법 해석의 기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법의 아버지’라 불리는 헌법이 북한에서만 그런 대접을 받고 있을지 또한 북한 헌법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일지 혹은 북한 헌법의 문제점은 무엇일지 등이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한 답변이 바로 같은 날 노동신문 1면에 실린 몇 장의 사진들과 기사가 답변해 주고 있습니다.

‘로동(노동)계급과 직맹 일군(일꾼)들의 백두산지구 혁명 전적지 답사 행군대 혁명의 성산 백두산 답사’라는 제목으로 실린 기사와 사진들을 보면 선전 선동 부문 간부들과 청년 학생대표들에 이어 이번에는 로동계급과 직맹 일군들의 백두산 지구 혁명 전적지 답사 행군대가 지금 이 추운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백두산과 그 주변 혁명 전적지들을 걸어서 답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역사에서 이처럼 추운 겨울에 그것도 설을 며칠 앞두고 이렇게 각계각층 대표들이 걸어서 백두산 주변 혁명 전적지들을 답사한 전례가 없었습니다.

김정은이 날씨가 춥다고 뜨뜻한 집에 박혀 있지 말고 백두산에 와서 칼바람을 맞아야 대북제재를 극복할수 있는 정신력 가지게 된다고 백두산으로 내몰자 그 누구고 ‘NO’라고 말하지 못하고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는 이 현실이 바로 북한 헌법의 목적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헌법은 국가 지도자나 정부의 권력 남용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으나 북한 헌법만은 김정은의 독재 권력에 방해가 되는가 안되는가를 판단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헌법에는 지도자나 국가에 대항하는 개인의 방어수단으로서의 권리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개개인의 권리로서의 기본권에 관한 개념이 인정되지 않고 오직 수령의 권리만이 존재하며 그러한 세습체제를 인정하고 추종하는 자유와 권리만이 인정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계속해 “나라의 법규범과 규정들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은 우리의 정치사상 진지, 계급 진지를 철벽으로 다지기 위한 중차대한 문제이다”고 말했습니다.

정상적인 국가에서 법의 지배가 법의 자율성, 법의 우위성에 입각하여 국가권력의 제한으로 이어지고 있으나 북한 헌법은 국가권력의 절대성과 법의 수단성에 기초하여 국가 권력 관철을 위한 도구로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북한 헌법은 개인의 존엄이나 이익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북한 헌법은 김씨 일가의 세습 체재 존속을 보장하고 개인을 희생시키는 구실에 불과한 도구일 뿐입니다.

북한이 정상 국가로 나가자면 이러한 비정상적인 헌법과 김씨 일가의 말과 언행이 헌법보다 우에(위에)있는 법률구조부터 바로 잡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으로써 올해 ‘태영호의 주간 미디어’를 마칩니다. 또 다른 영상으로 찾아뵐 것을 기약하겠습니다.

또한 국민통일방송 유튜브 채널을 구독해주시고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2020년 새해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