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기름 밀수하려 中 넘어간 北 여성, 국경경비대에 발각돼…

코로나19 국경 폐쇄 속 이윤 남기려다 결국 추방…주민들은 "뇌물 고였나" 불만도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바라본 조중우의교(압록강철교). /사진=데일리NK

중국산 콩기름(식용유)을 대량으로 밀수하기 위해 몰래 중국으로 넘어갔던 북한 여성이 돌아오는 과정에서 국경경비대에 붙잡혀 결국 지방으로 추방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에 “이달 초에 한 여성이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몰래 배를 타고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동(丹東)으로 넘어갔다”며 “이유는 비루스(바이러스)로 국경이 폐쇄돼 밀수가 막히자 직접 중국 대방(무역업자)을 통해 콩기름을 입수하기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1월 말 국경을 폐쇄하면서 각종 물품 수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자 결국 이 여성이 물건을 들여오기 위해 직접 배를 타고 몰래 중국으로 들어가게 됐다는 설명이다.

북한 당국이 국경을 철저히 봉쇄·감시·단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직접 중국으로 넘어가 물건 확보에 나선 것은 이 기회에 크게 한몫을 챙기기 위한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 이 여성은 시세 차익을 크게 낼 수 있는 물품을 위주로 밀무역을 해오면서 평소 사업 수완이 좋다는 평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우리나라(북한) 가정집들에서는 대부분 중국산 콩기름을 사용하는데 비루스 때문에 국경이 막혀서 물건이 들어오지를 않으니 콩기름이 굉장히 귀해지고 가격도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본보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북한 시장물가 조사에 따르면 중국산 콩기름(1kg)은 북한 당국이 국경을 폐쇄하기 전인 1월 중순경 신의주 지역 장마당에서 8900원에 판매됐으나 이달 중순에는 1만 8000원으로 가격이 두 배 가량 올랐다. 양강도 혜산에서는 최근 중국산 콩기름 500g이 2만 원에 거래된 것으로도 파악됐다.

몰래 중국에 건너가 중국 측 무역업자와 거래에 성공한 이 여성은 큰돈을 투자해 북한으로 들여갈 콩기름을 대량으로 구매했고, 이후 단둥에서 신의주로 향하는 기차에 물건을 가득 실어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조중(북중) 간에 오가는 기차는 일부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기차 빵통(화물칸) 1칸에 콩기름 60톤 정도를 실을 수 있는데, 이 여성은 17칸에 콩기름을 가득 실어 신의주로 들여왔다”고 전했다.

다만 이 여성은 다시 배를 타고 몰래 북한으로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국경경비대에 발각됐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여성의 밀수 전모는 보안기관의 신문 및 취조 과정에서 드러났고, 이에 그가 이름을 걸고 있던 무역회사의 관계자 등 10여 명까지 줄줄이 밀수 혐의로 적발됐다. 이후 밀수해 들여온 중국산 콩기름은 모두 당국에 압수당했고, 이 여성을 비롯한 일부 가담자들은 지방으로 추방됐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여전히 국경 폐쇄 조치를 이어가며 북중 접경지역에서 벌어지는 밀수나 비법월경 행위를 강하게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밀수 주도자 및 가담자를 추방하는 것으로 사건이 빠르게 일단락되자, 이 소식을 접한 일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여성이 국가에 뇌물을 크게 고인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반응들도 나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