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김정은 바라보자 최룡해 화들짝…일단 기립

지난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로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12일 북한 매체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좌우에 최룡해와 박봉주 모두 일어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의 주요 의사결정기구인 정치국 회의가 11일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렸다. 코로나19를 의식해서인지 정치국 회의는 정치국 위원과 정치국 후보위원만 참가하는 최소한의 형태로 열렸다.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해 회의를 주재했고, 김정은과 함께 정치국 상무위원인 최룡해와 박봉주가 김 위원장 양 옆으로 자리를 잡았다.

김정은 지시에 최룡해 자동반사적으로 기립

회의에서는 코로나19에 대응해 국가과업을 조정하는 문제, 예결산 문제 등이 논의됐는데 조선중앙TV가 회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편집해 방송했다. 그런데, 이 영상을 보면 재미있는 장면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무엇인가를 얘기하다 오른쪽 옆에 앉아있던 최룡해를 바라보자 최룡해가 자동반사적으로 일어선다. 김 위원장이 회의 도중 최룡해를 지칭해 무엇인가를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데 최룡해가 반사적으로 일어선 것이다.

이어 김 위원장이 왼쪽 옆에 앉아있던 박봉주를 바라보며 무엇인가를 얘기하자 박봉주도 자동적으로 일어선다. 김 위원장이 개별적으로 지시를 하면 회의를 하다가도 자동적으로 일어설 정도로 몸이 준비돼 있는 것이다.

최룡해는 1950년생, 올해 70살이고 노동당에서 최고직급인 정치국 상무위원과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북한에서 김정은 이외에 서열을 따지는 게 사실 무의미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2인자라고 할 수 있는 위치다.

박봉주는 1939년생, 올해 81살이고 역시 정치국 상무위원에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북한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 위원장 외에 최룡해, 박봉주 딱 두 사람이니, 박봉주도 서열 3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 북한 내 권력은 신성불가침

김정은 위원장은 1984년생, 올해 36살이다. 김 위원장이 절대 권력인 만큼 나이를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지만, 아버지뻘이자 권력 서열 2, 3위 정도에 해당하는 고위직들이 김정은의 눈길에 자동반사적으로 일어서는 모습은 북한 최고지도자가 갖는 위상과 권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세상에 여러 독재가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내에서 가지는 권력은 신성불가침의 절대독재 그 자체인 것이다.

김 위원장의 이러한 절대권력과 위상은 북한의 개방 전망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지금은 핵개발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개방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설사 북핵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우상화, 신격화되고 있는 김정은 체제의 개방은 쉽지 않아 보인다.

개방은 외부세계의 정보가 북한 내로 유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외부세계와 교류가 이뤄지는데 정보를 차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외부세계의 정보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김정은 절대체제의 유지에는 부담이 된다. 북한 최고지도자에게 행해지는 절대적인 우상화, 신격화 선전의 허구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른바 북한 민주화 단체들이 가장 주력하는 것 중의 하나가 북한에 외부정보를 유입시키는 것이고, 북한 정권이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은 정보유입의 폭발성을 보여준다.

현재로서는 제한적인 수준의 개방은 몰라도 중국, 베트남식의 개방은 북한에게 어려워 보인다. 북한에게 전향적인 수준의 개방이 가능하려면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절대권력을 일부 내려놓고 독재의 수준을 낮춰야 하는데, 독재자가 자신의 권력을 스스로 제한한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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