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北, ‘코로나19 냉각기’ 끝?…정면돌파전 다시 시작하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인민군 부대들의 합동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사진은 감시소에 올라 훈련을 바라보고 지도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 /사진=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오늘(2일) 오후 강원도 원산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지난해 11월 28일 이후 95일 만이다. 사흘 전인 2월 28일에는 동해상에서 인민군 부대들의 합동타격훈련이 있었다. 이 훈련이 보도된 2월 29일 북한은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가 진행된 사실도 공개했다. 인민군 합동타격훈련과 정치국 확대회의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이후 북한에서는 주변국의 주목을 끌 만한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다. 겨울철 백두산 답사행군이 지속되고 코로나19의 방역을 강조하는 캠페인이 이어졌지만, 지난해 말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공언한 ‘정면돌파전’을 대외에 각인시킬만한 정치적이거나 군사적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활동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진 1월 하순 이후 2월 29일 정치국 확대회의 보도 전까지,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은 1월 25일 설 명절 기념공연 관람과 2월 16일 김정일 생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가 전부였다.

북한이 갑자기 이렇게 조용해진 것은 코로나19 때문이었을 것이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번져가자, 북한은 중국과의 교통편을 차단하고 북중 국경을 사실상 봉쇄하다시피 했다. 2월 16일 김정일 생일에 맞춰 준비하던 열병식도 코로나19 때문에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공개활동을 자제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었을 것이다. 2월 16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당시 김 위원장은 간부들과 최소 5미터 이상 거리를 유지하는 등 코로나19 예방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 정치 군사 행보 재개 신호탄

이런 모습을 보여주던 김 위원장이 정치국 확대회의와 인민군 타격훈련을 연이어 참관한 것은 그동안의 잠행에서 벗어나 정치, 군사적 행보를 재개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오늘 동해상 발사체 발사도 그 연장선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매체들의 내일 보도를 봐야겠지만, 김 위원장이 이번 발사를 참관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김 위원장의 정치, 군사적 행보 재개는 무엇을 뜻하는가? 코로나19로 잔뜩 긴장하던 시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뜻으로 보인다. 물론 김 위원장이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직접 강조하는 등 긴장의 끈을 놓지는 않고 있지만, 이제 잠행 모드에서 벗어나 할 일을 할 때가 됐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중국 내 상황이 안정세로 접어들어 북중 국경을 통한 유입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는 것도 김 위원장의 이런 판단에 하나의 원인이 됐을 것이다. 남한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지만, 개성 연락사무소의 남측 인원마저 철수시킨 상태에서 남한과는 접촉이 없기 때문에 남한 내 상황은 북한과는 관계가 없다.

북한의 대외 정면돌파전다시 시작될 수도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우리는 그동안 잠시 잊고 있었던 북한의 호언장담을 다시 떠올려야 하게 됐다. 북한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과 함께 ‘곧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북한의 그러한 공언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잠잠하던 그동안에도 북한은 전략무기 개발을 계속 진행하고 있었을 것이다.

관건은 북한이 지난해 말 공언한 ‘정면돌파전’의 분위기를 다시 어디까지 끌어올릴 것이냐이다. 코로나19가 의도하지 않게 북미 간 긴장을 한동안 냉각시킨 측면이 있는 만큼, 이러한 냉각기가 북미 간 대화의 가능성을 다시 열어놓는 계기로 작용할지 잠시 멈춰졌던 긴장의 수레바퀴가 다시 굴러갈 것인지가 관심이다.

다만, 유감스러운 점은 지금 상황에서는 남북미 모두 협상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선에 한국은 코로나19에 빠져있고, 북한이 먼저 나서 협상을 추구할 것 같지도 않다. 잠시 코로나19로 냉각됐던 북한발 긴장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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