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투쟁운동 몰락…새 캠퍼스 문화 만들자

▲ 평택 시위대가 죽봉을 들고 의경과 맞서고 있다. ⓒ데일리NK

며칠 전 서울대 총학생회가 한총련 탈퇴를 선언하면서 모든 학내외 정치조직과의 분리를 선언했다.

서울대 총학의 탈퇴선언은 학생운동사에 매우 큰 의미를 던져준다. 극단적인 반미이념으로 무장한 한총련의 퇴장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90년대 후반부터 대학가에는 탈이념, 탈정치적 실용주의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이러한 의식 변화에 따라 학생회 기타 학생운동조직에서도 서서히 변화의 움직임들이 시작됐다. 한총련으로 대표되는 친북 반미적 성향의 학생운동은 퇴조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학생운동이 움트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새 부쩍 늘어난 비운동권 총학생회의 당선은 그런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요즘 대학 선거에서는 학생들의 복지와 경쟁력을 담보해 낼 수 있는 실용적 공약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선거 운동도 투쟁적이고 공격적인 방식에서 이미지 전략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변화됐다.

오히려 일부 운동권 후보들이 자신들의 색깔을 숨기고 이러한 비운동권적 선거운동 방식을 보이는 웃지 못할 사태가 대학가에서는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대다수 학생들의 생각과는 거리가 먼 정치 투쟁이 극소수의 운동권 학생들에 의해 캠퍼스와 사회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평택사태도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학생운동, 친북반미 일변도 정치투쟁 버려야

평택시위는 외부세력(민주노총, 한총련 등)에 의해 현지주민들의 생존권 차원에서 반미투쟁의 장으로 그 성격이 변화되고 변질되어 버렸다. 이러한 모습은 평택 미군기지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거나 이번 시위가 ‘광주 민주항쟁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는 주장 속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주장들이 법과 질서를 무시하는 불법 폭력적 시위로까지 표출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 대학가에서는 이러한 한총련의 주장이 버젓이 나돌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관심이 있건, 없건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일부 학생들이 여기에 동요돼 평택으로 향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평택 현장에서 시위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래도 중장년층 보다는 젊은 청년들이 대열의 선두에서 폭력 사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죽봉시위대는 우리의 선후배가 아닌가? 그렇다면 죽봉과 마주하고 있는 의경과 군인들도 우리의 선후배일 따름이다. 우리와 같이 캠퍼스에서 공부하고 젊음을 만끽하던 친구이자 후배, 선배들이다. 대체 무엇을 위해서 우리가 서로 마주서야 하는 것인지 한총련을 비롯해 평택 시위에 나서고 있는 친구들에게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학생운동의 모든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대학이 취업의 관문으로 전락해버린 현 시점에서 다양한 사상과 실천의 목소리를 제기하는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그러나 학생운동이 학생들과 시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친북, 반미 일변도의 정치 투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번 서울대 총학의 한총련 결별 선언은 이들에게 던지는 마지막 충고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진심으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하늘을 향해 비상한다. 대학 내에서도 기존의 대결적 투쟁 양식을 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운동의 모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학생운동 그룹과 소위 비운동권이라 불리는 학생그룹이 서로를 견제하며 좌우의 날갯짓을 할 때 더욱 더 발전적인 캠퍼스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황병덕/경북대학교 총학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