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략무기’ 개발 공언, 김정은 스스로 ‘대화 복귀’ 퇴로 차단”

전문가 “북미 비핵화 협상, 사실상 판 깨져…北, 명분 쌓고 도발 수순으로 갈 듯”

김정은 전원회의_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지도했다고 1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 사진=노동신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나흘간 열린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를 통해 강조한 ‘새로운 전략무기’의 실체와 전략무기 실험 등 도발 시점이 주목된다.

일단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공언한 ‘새로운 전략무기’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전략잠수함에서 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고, 빠르면 다음주부터 군사적 도발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2일 데일리NK에 “새로운 전략무기는 신형 핵무기 투발 수단이라고 봐야한다”며 “다탄두를 탑재하거나 고체연료를 활용한 신형 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 센터장은 이어 “SLBM도 가능성이 있지만 이미 바지선에서 발사하는 시험을 했기 때문에 핵잠수함에서 탄도 미사일을 쏘는 것이 의미가 있다”며 “그러나 잠수함을 진수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도 “일단 ICBM이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며 “SLBM도 결정적인 위력을 가진 무기이나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도 쉽지 않고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완벽한 기술을 갖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핵추진잠수함에 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기술이 완성된다면  군사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지만 북한이 당장 이 같은 기술을 갖추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는 설명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인공위성 발사부터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신 대표는 “순서를 예상한다면 인공위성 발사를 하고 난 후 ICBM 시험 발사, 이후 SLBM의 다탄두 탑재 시험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마지막에는 일본을 넘어 태평양쪽으로 탄두가 세 개로 분리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대표는 “빠르면 김정은 생일인 1월 8일부터 도발을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며 “2월 김정일 생일이나 2월 말 혹은 3월 초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되는 시기까지 1, 2회의 도발을 하고 4월 총선 직전까지 숨고르기를 한 후 총선 이후 다시 도발을 시작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신 센터장도 “북한이 당장 ICBM부터 군사적 도발을 시작하진 않을 것”이라며 “1, 2월까지 단거리 미사일 정도의 도발을 한 후 한미연합군사 훈련이 시작될 때 그 명분으로 ICBM을 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2017년 7월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평가되는 화성14형 2차 시험 발사를 감행했다. /사진 = 북한사이트 류경 캡쳐

시점의 차이는 있지만 북한의 정치지형상 최고지도자가 한 번 뱉은 말을 번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전략무기를 이용한 군사적 도발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이번 전원회의 결과 보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파렴치한 미국이 조미 대화를 불순한 목적 실현에 악용하는 것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민이 당한 고통의 대가를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 행동’에 넘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적어도 인민을 내세워 대가를 받아내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충격적인 실제 행동’을 안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는 얘기다.

다만 김 위원장이 밝힌 대로 ‘새로운 전략무기’ 즉, ICBM이나 SLBM을 이용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한다면 김 위원장이 약속했던 핵과 마사일 발사에 대한 모라토리엄 파기를 선언했다는 의미가 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금지선을 넘는 군사적 도발을 실행하기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 전원회의 결과가 공개된 이후 전문가들은 ‘북미 비핵화 협상의 판은 이미 깨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 대표는 “김정은이 당원들을 모아 놓고 조금도 물러설 수 없다고 밝히면서 엄청난 협박을 했기 때문에 이것을 시행하지 않으면 김정은 자신의 정치적 위상이 손상되는 것”이라며 “북한의 정치적 여건상 최고지도자가 뱉은 말을 되돌릴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스스로 다시 협상의 장으로 나설 수 있는 퇴로를 차단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신 대표는 “물러설 수 없다고 협박하는 상대와 다시 협상을 하려면 원하는 것을 인정해줘야 하는데 그것을 인정해주는 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원하는 바를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협상은 끝났다”고 말했다.

박 교수도 “북미 대화의 판은 사실상 깨졌다”며 “이제는 상대의 정치적 의도를 분석하며 다음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핵 타격) 능력과 기술만 완성되면 언제든 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헀다. 즉, 정치적 의도를 놓고 밀고 당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군사적 능력과 기술의 싸움으로 대결의 차원이 변화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대조선(북한) 적대시 정책을 추구한다면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언급은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대화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읽히기도 한다.

이에 대해 신 센터장은 “북한이 대화의 여지는 남겨놨지만 북한이 내건 조건이 이행될 가능성이 낮다”며 “실질적으로 협상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 센터장은 “북한이 군사적 도발에 대한 명분을 쌓고 그 명분을 축적해서 도발을 실행하는 수순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