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날씨에 장시간 노동, 북한 삼지연 건설장 이탈자 늘어

소식통 “무리한 속도전 공사가 원인…보수 주고 돌격대 자원자 모집까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양강도 삼지연 건설현장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지난달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만 세 번째 찾아 건설작업을 독려한 양강도 삼지연꾸리기 공사 현장. 김 위원장이 완공 목표를 2020년 10월로 재차 앞당기자 건설 현장에서는 속도전이 한창이다.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작업시간이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자 열악한 노동 환경을 견디지 못해 건설 현장을 이탈하는 돌격대원이 늘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15일 알려왔다.

백두산 고원지대인 삼지연은 한겨울 기온이 영하 30도 이하까지 내려간다. 10월부터 눈이 내려 땅이 얼어붙기 시작했고, 바람도 거세 야외작업 환경은 매우 혹독하다. 그런데도 건설을 지휘하는 2.16사단은 8, 9월 수준의 공사 진척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도(道) 안의 공장, 기업소들에서 삼지연지구 건설장에 돌격대로 뽑혀 간 노동자들이 연속으로 뛰쳐 달아나 공장 당(黨) 간부들이 도당위원회로부터 추궁을 받고 대책 세우기에 급급하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돌격대는 군복무를 대체하는 우리 보충역 개념의 정규 돌격대와 건설 현장 인근 직장에서 파견된 비정규 돌격대로 나뉜다. 삼지연에서 이탈하는 돌격대는 직장에서 모집된 비정규 돌격대원들이다.

소식통은 “공장당위원회들에서는 매번 건설장에 동원되는 노력들에 대해 ‘힘들어도 달아나오지 말고 붙어있으라’고 당부하면서 지원물자도 푼푼히 보내주는데도 견디기 힘들다며 직장으로 돌아와 버린다”고 말했다.

건설 현장에서 무단이탈한 돌격대원들은 처벌을 면하기 위해 직장 간부에게 돈을 주고 대신 건설 현장으로 나갈 사람을 모집해달라고 요구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공사를 강행해야 하는 돌격대 측에서는 대원을 보충하기 위해 도당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해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상부 기관의 압력을 받은 직장 단위에선 돈을 주고 인부를 모집해 파견하는 대책까지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삼지연군과 비교적 가까운 혜산시와 보천군, 후창군, 김정숙군 등에서는 먹을 것이 없는 가난한 주민들은 중국 돈으로 하루 20원을 받거나 두 달간 옥수수 200kg을 받기로 하고 건설장에서 노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2016년 (사)열린북한이 북한의 돌격대 강제노동을 조사한 보고서에서 한 탈북자는 “아침 5시에 일어나 밤 10시까지 일을 했는데, 각종 전투가 있으면 12시까지 했다”며 야간작업이 없을 때는 저녁에 정치학습, 생활총화 등 각종 행사에 동원됐다고 말했다.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사무국장은 “UPR(보편적 정례검토) 대응을 위해 최근 북한 내 강제노동 피해자 10명을 인터뷰했는데 노동환경, 강도, 안전사고 대응 방법, 음식 공급 등에서 과거 2016년 조사했던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