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 군부대서 군인 5명 영양실조로 사망…한탄하는 목소리도

양강도 혜산시 강변 모습. 군인 모습이 눈에 띈다(기사와 무관). /사진=데일리NK

북한 양강도 삼수군에 위치한 한 군부대에서 영양실조로 군인 5명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이달 중순 삼수군에 있는 인민군 42여단에서 영양실조로 누워있던 5명의 군인이 사망했다”며 “군인들이 집단 사망하는 지경에 이를 정도로 현재 군인들의 식생활 형편은 말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군부대는 북한 당국으로부터 제대로 된 물자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어 소속 군인 대부분이 영양실조에 걸려 있는 상황이다. 접경지역에서 근무하는 국경경비대의 생활도 어려워지고 있는 형편에 다른 일반 군인들의 생활은 더 말할 것 없이 처참하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북한 당국의 국경 봉쇄 조치 이후 가중되고 있는 내부의 경제적 어려움이 군인들의 생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이번에 사망한 군인 5명은 영양실조로 몇 달 전부터 몸이 많이 부어있는 상태에서 치료도 못 받고 있었다”며 “이런 상태로 계속 옥수수밥에다 염장 무를 먹었는데 몇 번 설사하더니 주말 이틀간을 늘어져 있다가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해당 부대에서는 ‘다른 때라면 영양실조에 걸린 병사들을 집으로 보내 치료를 받게 하거나 보양하고 오게 하기도 했겠지만, 코로나에 오도 가도 못하니 별다른 대책 없이 끼고만 있다가 결국 목숨을 잃게 했다’며 자책하는 분위기도 나타났다고 한다.

다만 부대에서는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는 전언이다. 실제 여단장까지 내려와 중대 밖으로 더 이상 말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라고 입단속을 하면서 사망한 군인의 가족들에게는 아직 알리지 말고, 후에 알릴 때에는 사고로 죽은 것으로 이야기하라고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이 있은 후 부대 내 군인들 사이에서는 북한 당국을 책망하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사망한 이들과 함께 생활하던 군인들은 이번 5명의 죽음을 놓고 ‘영양실조가 온 이들에게 강냉이(옥수수) 껍질과 눈이 마구 섞인 깔깔한 강냉이밥에 염장 무를 유일한 반찬으로 주니 소화가 잘 안되는 데다가 염독에 올라 죽었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될 때까지 정부는 뭘 하고 있었느냐는 내적인 반감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거의 모든 병사들이 이름을 붙여놓지 않았을 뿐이지(진단을 받지 않았을 뿐이지)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며 “군인들은 ‘싸움을 하다 죽었다면 억울하지 않겠다, 영양실조로 죽는다는 게 너무 억울하다’, ‘이것이 영예로운 군복무가 맞는가’라면서 한탄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