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에 北 여군 ‘탈영’ 감행… “이젠 그냥 당하지 않는다”

평양 려명거리 준공식(2017년 4월)에 참석한 북한의 여군들의 모습. (기사와 무관)/ 사진=연합

북한 군 내부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고 알려진 가운데 최근 이를 견디지 못한 여군들이 탈영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라는 직접적인 대응보다는 간접적인 행동으로 억울함을 표명하고 있는 셈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평원군 읍 지구에 주둔하고 있는 교도여단에서 탈영한 3명의 여성 군인들이 집에도 가지 않고 3개월 동안 떠돌아다니다가 체포됐다”며 “심문 결과 이들의 탈영 이유가 남성 지휘관들의 성 학대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평안남도 평원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3군단 37mm 고사포 부대에서도 성폭력 문제로 인해 여군 탈영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은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고 이를 감추는 데 급급했다. 때문에 군 내부에서는 최근 성폭력 피해자들이 탈영이라는 행동을 취한 데 대해 다소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소식통은 “성적 학대나 추행에 관해서 그냥 지나가는 일로 생각해왔지만,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며 “최근에 입대하는 세대는 이전과는 다르게 정치적 이익을 위해 성을 바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전 세대들은 입당이나 인사 등 특별한 이익을 내세우며 접근하는 상급자들에게 불가항력으로 성폭행을 당했지만 현 세대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또한, 성폭행 문제에 대해 자녀를 군에 보낸 부모들의 인식도 조금 변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과거 부모들은 자식을 군대 보냈다가 성폭행을 당한 것에 대해 마음 아파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겼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변화의 모습이 감지되지만, 북한 군대 내부에서는 성폭력이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해자들의 인식은 아직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식통은 “군 내부에 육체의 은밀한 부분에 아무 때나 거침없이 손이 들어오는 등 성적 학대 문제는 여전하다”며 “또한 승진이나 입당을 명목으로 온갖 성폭력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로 군대 내 여군에 대한 부당한 성 상납이나 폭력을 근절하라는 지시가 내려졌지만, 성폭력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관련기사 바로 가기 : 평양 군병원 성폭력 군관 엄중 문책, 여군 우대 全軍에 지시)

특히, 소식통은 북한 군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 정치 군관들에 의한 성폭행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정치 군관들은 자기 안해(아내)를 친정에 보내고 어리고 예쁜 여성군인들을 집에 불러 청소나 밥을 시키고 성폭력도 하고 있다”며 “여성군인들 속에서는 ‘00은 누구의 깔개(매트리스)’라고 불릴 정도로 성적 학대가 만연해 있다”고 전했다.

정치 군관은 부대 안의 전반사업에 대하여 당적, 정치적으로 책임지는 역할을 맡고 있다. 즉 작전․훈련 등 군사 업무 및 군대 내 정치 사업을 조정․감독하는 권한이 있다는 점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군관은 연대급 부대에는 ‘정치위원’, 대대 및 중대급에서는 ‘정치지도원’으로 불리고 있다.

한편, 북한은 성폭력에 대한 형사 처벌 수준을 과거보다 상당히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북한 형법은 매음죄, 복종 관계에 있는 여성을 강요하여 성교한 죄, 미성인 성교죄에 대해 각각 노동교화형 2년, 2년, 5년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2015년 형법을 개정해 관련죄의 처벌을 모두 노동교화형 1년으로 바꿨다.

이에 대해 북한 당국은 2017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이행보고서 심의과정에서 여성이 편의를 예상하고 행위에 대한 허용심리를 갖고 있어 모종의 합의로 인정했기 때문에 ‘복종 관계에 있는 여성을 강요하여 성교한 죄’에 대한 처벌을 완화했다고 강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