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연 동원 기피에 돈 받고 ‘대타’ 동향 포착돼

소식통 "삼지연 꾸리기에 청소년도 상당수 동원"

북한선전
삼지연군 읍지구건설현장에서 선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기사와 무관 / 사진=노동신문 캡처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북한 주민들이 삼지연 건설 동원을 기피하고 있는 가운데, 인력 충원이 어려워진 기관들이 조직적으로 돈을 주고 인력을 사서 삼지연에 투입시키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양강도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 같은 조직들이 공사 동원 지정 노력수(인원수)를 보장하기 위해 시내에서 떠돌이 하는 사람들을 돈을 주고 고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 외곽 조직이 삼지연 인력 동원을 위해 지급하는 인건비는 하루에 중국 돈으로 약 20위안(元). 소식통은 “하루에 중국돈 20원을 주고 노력(인력)을 사고 있다”며 “만약 3일 동안 삼지연에 동원시킨다면 3일치 인건비 60원과 이동비 20원, 다 합해서 중국돈 80원을 준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 시장 환율로 볼 때, 중국돈 20위안은 북한 돈으로 약 25,000원에 해당되고, 약 쌀 6kg을 사 먹을 수 있다.

이처럼 돈을 받고 고용된 임시 노동자의 경우 근로 조건이 더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소속된 단위가 없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임시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공사 지휘부가 과제를 더 많이 주고 숙식도 스스로 해결하라고 한다”며 “돈을 받았으니 알아서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각 조직이 파견해야 의무 동원 인력수는 조직에 할당된 과제에 따라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청년동맹의 한 초급단체에 삼지연 꾸리기 사업 중 살림집 한 동을 건설하는 것이 과제로 할당되면 완공기한 안에 아파트 한 동을 짓기 위해 작업 단계에 맞춰 인력이 동원된다. 삼지연 꾸리기 사업이 시작된 후 청년동맹, 여성동맹, 직업총동맹 등 당 외곽조직을 포함해 각 공장 기업소 및 인민위원회와 당 사법 검찰기관까지 각 기관에 건설 과제가 할당된 상태다.

소식통은 “공장 기업소의 경우 자기 노력(인력)이 있기 때문에 삼지연에 보낼 수 있지만 여맹같은 조직은 정치 조직이기 때문에 각자 생업이 있다”며 “아무리 최고지도자 동지(김정은 위원장)가 (삼지연 꾸리기 사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해도 개인이 먹고 사는 일보다 중하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처럼 마구잡이로 사람을 동원하는 건 힘들다”며 “먹을 것 보장해주고 동원에 가는 대신 잃은 만큼을 보상해줘야 사람들이 수긍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의 경우 적절한 보수가 없어도 국가에 대한 충성심으로 독려하면 인력 동원이 가능했지만 국가 배급제가 유명무실해진 현재 상황에서 충성심만으로 국가 사업에 주민을 동원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삼지연 꾸리기 사업으로 관광지구가 조성돼 나라가 발전한다고 해도 요즘 사람들은 삼지연 사업이 개인의 삶에 도움을 주는가 아닌가로 그 사업을 판단한다”고 말했다.

삼지연 건설
삼지연 건설 2단계 공사가 시작됐다고 노동신문이 지난 3월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이런 가운데 삼지연 건설 사업을 비롯한 국가 건설 사업에 어린이들이 투입돼 강제 노동을 하고 있다는 제보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삼지연 건설 사업에 공식적으로 어린이들을 동원한 사실은 없지만 국가 조직들이 돈을 주고 고용한 동원 인력 중에는 만 17세 이하 청소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상당수는 도시나 농촌을 떠돌아다니는 꽃제비(부랑아)들인데 이들의 실제 나이는 대부분이 만 17세 이하 임에도 불구하고 건설 현상에 동원되고 있는 것.

소식통은 “삼지연 꾸리기 완성 기한은 짧아지고, 노력(인력) 동원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되는대로 사람들 데려다 쓰고 있다”며 “딱 보기에도 너무 어린 아이들은 일을 시킬 수 없겠지만 청소년 이상쯤 되면 일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동원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어린이나 청소년이 건설 현장에 동원된다 해도 삼지연 건설 지휘부가 공식적으로 이들의 나이를 확인하고 노동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행정적 절차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소식통은 또 “돈을 받고 동원 나온 사람들 중 실제로 나이가 만 17세 미만인 사람도 있지만 만17세가 넘는 성인이라고 해도 체형이 왜소하고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 어린아이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공식적으로 조직돼 건설현장에 파견된 청년돌격대원들도 대부분 가난한 가정의 청년들로 충분한 영양 공급을 받지 못해 어린이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월 삼지연군 현지지도에서 “지금 당원들과 근로자들, 인민군군인들과 청소년 학생들속에서 삼지연군 꾸리기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기특한 소행들이 높이 발양되고 있는데 정말 좋은 일”이라며 “전당적, 전국가적으로 애국충정의 한마음을 안고 삼지연군 건설을 성심성의껏 도와주기 위한 사회적분위기를 계속 고조시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제사회에서는 청소년의 경제적 혹은 육체적 동원이 충성으로 미화되는 북한의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스웨덴은 오는 9일(현지시간) 진행되는 유엔 정례 북한 인권 심사(UPR) 사전 질문에서 북한의 어린이들이 삼지연 건설현장을 비롯한 공공사업에 투입되고 있다며 어린이들이 어떻게 고용되고 어떤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지 답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공식적으로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