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권이 ‘3세, 4세가 골치거리’라 실토한 까닭은?

노동신문 등 북한 선전매체들이 새해부터 ‘장군님 중심’을 더욱 강조하면서 선전활동을 벌이고 있다.

신년공동사설은 “영도자(김정일)를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정치사상적 진지를 철통같이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신문 3일자는 “김혁, 차광수, 최창걸을 비롯한 청년 공산주의자들이 한별(김일성)을 목숨 바쳐 보위했던 것처럼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목숨으로 보위해야 한다”고 선전했다.

북한당국은 80년대에 “김혁, 차광수가 되자”는 구호를 내놓았고, 90년대에는 “김광철 영웅을 따라 배워 90년대의 총폭탄이 되자”는 구호를 내놓았다. 90년 초에는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신념화, 양심화, 도덕화, 생활화 할 것을 요구하는 ‘충실성의 4대원칙’을 내놓고, 주민들이 회의 때나 평상시에 외우도록 했다.

올해는 어떤 운동이 벌어질까?

지난해 말 노동신문은 무재봉에 있는 구호나무를 구원하기 위해 희생된 17명의 군인들에 대한 실화를 소개했다. 그 후 신문은 “무재봉의 20명 용사들처럼 살며 싸우겠다”는 맹세를 담은 주민들의 결의를 발표했다.

올해에는 “수령 결사옹위정신” 구호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일심단결’ ‘수령결사옹위정신’은 북한체제를 유지하는 가장 위력한 버팀목이다. 북한당국도 지금과 같이 김정일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떨어지고, 멀리한다면 체제유지가 어렵다고 본 것이다.

현재 무재봉 ‘용사’들의 ‘수령결사옹위정신’이 가장 전형적인 운동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수령의 초상화를 구원하다 희생된 사람들을 널리 소개하고, 영웅칭호를 수여받는 등 영생하는 삶을 누린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혁명 3세, 4세’를 상대로 선전

공동사설은 “시대는 대세와 추세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강의하고 견실한 열혈투사들을 요구하고 있다”며 “특히 혁명의 3세, 4세들을 정치사상적으로 준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80년대는 김일성, 김정일을 중심으로 한 최대의 정치적 안정기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94년 김일성 사망 후, 식량난을 겪은 다음부터 주민들은 김정일을 믿지 않는다.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자, 인민생활에 무관심한 김정일을 더이상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당국이 ‘수령결사옹위정신’을 보다 강도 높게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누구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기자가 북한에 있을 때 “혁명의 시련을 겪어보지 못한 3세와 4세들에 대한 사상교양 사업을 강화할 것”을 여러 차례 강조했었다. 소련이 망할 때도 새 세대들이 앞장서 자본주의를 받아들였다고 말하곤 했다.

이번 북한당국이 벌이는 ‘수령결사옹위정신’ 운동은 3세, 4세대들을 ‘장군님 사상’으로 붙잡아두기 위한 선전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