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정상국가는 열린사회에서 가능하다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북러정상회담 마친 후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

최근 북한 매체는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보도 하면서 “새로운 정세 하에서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합되게 더욱 더 승화 발전시키기 위한 획기적인 전환의 계기”라고 평가했다.

최고지도자의 외국 방문 과정에서 이러한 시대적 규정을 한 것은 북한이 고립을 벗어나 교류와 협력의 시대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부터 북한 김정은이 보여준 태도를 보면 이러한  해석이 현실과 어느 정도 부합한다.

북한이 가난하고 비정상적인 국가에서 탈피해 세계의 정상국가로 인정받고, 경제발전을 이루겠다는 목표는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정상국가란 무엇인가? 이 정상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가?  

북한 최고지도자의 권위와 힘이 절대적이라고 해도 한 국가를 단기간에 마음먹은 대로 바꿀 수는 없다. 인민의 힘과 지혜, 이익에 근거하지 않고서는 더더욱 그렇다. 정상국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국가들이 모여 함께 노력해야 이루어 낼 수 있는 공동의 힘과 지혜의 산물이다.

정상국가를 위해서는 권력을 장악한 지배층이 수구보수의 진창에서 벗어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있는 인재를 널리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일부라도 대외 정보를 개방하고, 국민들이 의견을 내고 동의할 수 있는 열린사회의 원리를 도입해야 한다.

북한은 계급 간의 첨예한 대립과 긴장한 투쟁을 정권유지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변화로나가기 위해서는이데올로기적인 성분과 계급 차별부터 없애야 한다.  

북한에서는 최고 상층부라고 할 수 있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구성도 수술이 필요하다. 전국에서 600여 명이 모이는 최고인민위원회 대의원구성도 마찬가지이다.  정상국가건설을 위하여서는 만경대 가문이나 백두혈통, 낙동강 전사자의 가족만 우대하지 말고, 일반주민들을 대표하는 지역 대표자를 선발하고 의석을 제공하여야 한다.

지주와 자본가, 노동자, 농민 등 각 계급 출신에게도 모든 기회의 문이 열려야 한다. 특정 부류의 사람을 어느 정도 우대해줄 수는 있지만 자리를 독식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 집단이 권력 핵심을 독차지하고 주요 결정과 자원을 독점하며 나라를 망쳐왔다. 이런 집단을 그대로 두고 나라가 정상화 될 수 없다.

그동안 대접받지 못하고 감시와 통제를 받던 사람들도 능력이 있다면 최고인민회의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래야 국가가 통제 사회에서 활력이 넘치는 사회로 바뀔 수 있다.

북한 인민들은 오랫동안 당과 수령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왔다. 이제는 그들의 이익을 위해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스로 공부하고, 선진기술을 받아들이고, 돈을 벌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시장에서 자신이 저축한 돈으로 국내외 여행도 갈 수 있어야 한다.

일반 주민들에게 중국만큼은 자유 왕래가 보장돼야 한다. 북한의 폐쇄성은 지리나 정보의 제한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북한 관리나 주민 전반의 사고를 지배해왔기 때문에 이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해외 방문이 가장 좋은 약이 될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동해상에서 진행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 화력타격훈련을 참관했다고 노동신문이 5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정상국가는 국제사회의 신뢰회복이 관건이다. 지난 4일 원산 인근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던 것처럼 도발을 이어갈 경우 비핵화 및 개혁개방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신뢰를 회복하고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북한은 새로운 피를 수혈 받아야 한다. 완고한 최고지도자 중심과 그가 지도하는 정부에 지배당하는 주변의 관계가 아니라 새로운 문명과 새로운 인물, 그리고 의견들이 제한 없이 교류되는 열린 체계가 필요하다.

북한이 강조하는 당과 수령을 위한 ‘자력갱생, 간고분투’가 아닌 철저하게 주민 개개인의 자립이  바탕이 돼야 한다. 자립한 주민이 나라를 강하게 하고, 경제도 활성화하며, 농업도 잘 관리하기 마련이다. .

북한 지도자는 중국과 긴밀히 교류하고 베트남도 방문했다. 그렇다면 그 나라의 발전한 현재 모습뿐만 아니라 그 과정이 무엇인지를 지켜봐야 한다. 북한이 가고자 하는 길은 바로 그 길이어야 한다. 이 나라들은 진정으로 개인의 자립으로 개인의 생존을 책임진다. 이런 열린사회에서 매 개인이 자립하고 강대해져야 진정한 정상국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변화를 말하면서도 내부적으로 이러한 변화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폐쇄와 차별을 극복한 진정한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 이러한 근본적인 개혁이 없는 변화는 새로운 실패와 고난을 불러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