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1차 정기 제대, 코로나로 2주 연기…군 내부 ‘뒤숭숭’

전역 대상자들 사이 '이전투구' 벌어지기도…군 내부서 "힘도 돈도 없으면 희망도 없다"

북한 군인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일대 북한 군인들(기사와 무관). /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코로나 19 여파로 올해 북한군 1차 정기 전역 대상자 명단이 2주가량 늦게 발표된 것으로 전해졌다. 매년 2월 초에 이뤄지는 인민무력성 대열보충국(부사관 이하 군 인사를 담당하는 조직)의 전역자 명단 발표가 이례적으로 늦춰지면서 군 내부에서는 ‘전역자가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지난 17일 비로소 전군에 전역자 명단이 내려졌다는 전언이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에 “인민무력성 대열보충국에서 지난 17일 전군에 2020년 1차 제대(전역) 대상자들의 명단을 군종, 병종, 사령부들에 내려보냈다”며 “그동안 발표가 없어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1차 제대가 없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왔는데, 끝내 명단이 발표돼 여러 명의 군인이 제대명령서를 받고 귀가했다”고 전했다.

북한군은 매년 두 차례 정기적으로 전역자 명단을 발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년 2월 초 이뤄지는 1차 정기 전역은 대학 및 전문학교의 추천을 받은 ‘학교추천 대상자’들이, 매년 10월 초 이뤄지는 2차 정기 전역은 10년의 군 복무 기간을 다 채운 군인들이 전역자 명단에 포함돼 제대 조치된다.

그러나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는 감염병 확산의 여파로 1차 전역자 명단 발표가 예정보다 늦어지는 보기 드문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 1차 정기 전역자 명단 발표가 늦어진 배경에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군인들을 제대 및 귀가시키는 것이 적절한가를 두고 군 내부에서 논란이 일었고, 이 때문에 명단 발표가 미뤄졌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예정보다 약 2주가량 늦어져 1차 전역자 명단이 각 부대 대열부에 내려졌고, 이에 따라 대상자들이 모두 제대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1차 제대 명단에 포함된 학교추천 대상자들은 대부분 권력이 있거나 돈 있는 집안의 자식들로, 이들은 군 대열보충국이 중앙 교육성으로부터 정원수를 받아 각 부대 대열부에 내려보내는 상급학교 입학추천뽄트(입학권)를 받기 위해 상당한 뇌물을 고인다”면서 “권력이 있거나 돈 있는 집안의 자식들은 만기복무를 하지 않아도 도중에 제대돼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함경남도에 주둔하는 7군단 소속 구분대 사관장(특무상사)과 피복서기·양식서기·대열서기·간부서기·기무서기 등 상급병사(상병)들은 복무 기한을 다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추천 대상자로 선정돼 1차 정기 전역자 명단에 포함됐다.

권력이 있거나 돈 있는 집안의 자식들이 이런 식으로 제대하는 일은 북한군에서 예삿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내부에서는 이번 제대 명단 발표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올해 1차 정기 전역자 명단이 뒤늦게 발표되는 과정에 군 내부에서 집단 패싸움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올해 1차 정기 전역 대상자인 7군단 직속 구분대 상급병사 김모 씨가 사택에서 술판을 벌이다가 같은 부대의 사관장과 말다툼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권력자 집안의 자제인 김 씨는 전역자 명단 발표가 있기 전 자신을 비롯해 어떤 이들이 학교추천 대상자로 전역자 명단에 포함됐고, 언제 명단이 발표되는지도 미리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술자리에서 이를 자랑하듯 이야기하며 중대 사관장을 얕잡아 봤고, 결국 이 일이 집단 패싸움으로까지 번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중대 사관장은 돈주의 자제로 역시 전역자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언제, 누구와 함께 제대되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자존심을 긁는 김 씨의 언행에 심한 불쾌감을 느꼈고, 이에 주먹을 휘둘렀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상급병사와 그를 따르는 군인들, 중대 사관장과 그를 따르는 군인들로 나뉘어 인근 간석지 갯벌에서 벌어진 패싸움은 한 군인의 신소로 부대 정치부에 알려졌다. 이에 부대에서는 ‘제대 명령을 받기 전까지는 군인이므로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으나 예상과 달리 이 사건은 조용히 무마됐다고 한다.

소식통은 “평민의 자식들이 그랬다면 아마 노동연대는 쉽게 갔을 텐데, 권력을 가진 부모의 자식과 돈주 부모를 둔 자식이어서 그런지 이들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면서 “이들이 피투성이 싸움을 벌였는데도 아무 일 없이 제대되자, 군인들 속에서는 ‘힘없고 돈 없으면 희망도 없다’는 말도 나왔다”고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