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협력 강화, 북미 비핵화 대화에 큰 영향 주지 못할 것”

북중 외교 장관 '북미 대화' 의견 교환...전문가 "미중 무역 협상이 더 중요"

왕이 평양
노동신문은 3일 리용호 외무상의 초청에 따라 북한을 방문한 왕이 중국 국무원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전날(2일)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중 외교 장관이 지난 2일 평양에서 만나 북미 대화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한반도 문제에 긴밀하기로 소통하기로 합의했다.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북중 협력 강화가 비핵화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3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가 2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환영 연회를 마련했다’며 ‘리용호 외무상과 관계부문 일꾼들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3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위원과 리 외무상은 북중 우호 관계와 함께 북미 회담 재개 및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왕 위원은 이 자리에서 “북중 우호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중국 정부의 확고부동한 방침”이라고 강조하며 “중국은 북한과 함께 양국 정상의 중요한 합의를 실현하고 양국 수교 70주년 기념행사를 잘 치르며 우호 교류, 실무협력, 국제무대에서 긴밀한 소통 및 협력을 원한다”고 말했다.

또 왕 위원은 “북중 양국 지도자의 의지가 양측의 공동 행동으로 연결돼 북중 관계를 더 발전시키길 원한다”며 “수교 이래 국제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북중은 줄곧 비바람 속에서 같은 배를 타고 함께 나아가고 있다”고도 했다. 미국과 무역 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서 난관에 봉착한 북한이 현 상황에서 양국 협력에 대한 국제정치적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리 외무상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네 차례 중국을 방문하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방북하면서 북중 관계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 외무상은 “북중 우호와 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북한의 당과 국가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북중 수교 70주년을 성대히 축하해 새로운 시대의 북중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자”고 밝혔다.

아울러 왕 위원은 리 외무상에게 최근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리 외무상은 “홍콩 문제에 외부 세력이 간섭해서는 안되며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라며 중국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왕 위원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해 5월에도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만났으며 그 일주일 뒤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회동한 바 있다. 때문에 이번에도 왕 위원이 이번 방북에서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일정을 조율하고 내달 6일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김 위원장이 방중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과 중국의 협력 강화가 향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미칠 영향이 낮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미중 간 무역 협상이 먼저 진행돼야 북미 비핵화 대화의 장벽이 낮아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태환 세종연구소 명예 연구위원(전 중국연구센터장)은 데일리NK에 “현재 북중이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로 보여지지만 아주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미중 무역 협상이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서 서로를 카드로 사용할 만큼 효용이 크지 않기 때문에 양국 협력 자체가 비핵화 대화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미중 간 협상이 좀 더 적극적으로 타협이 이뤄지거나 혹은 분위기 반전이 이뤄지면 북미 간 대화도 더 빨라질 수 있다”면서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더라도 미중 간 협상 후 북한이 대화의 자리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