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화사업에 살림집 내놓은 농민들, 비닐하우스 전전하며 ‘덜덜’

자재 공급 차질 빚어지면서 새집 건설 늦어져…새 살림집 입주 세대 전체 16% 불과

북한 농촌지역 오토바이
북한 평안남도 지역의 한 농촌마을, 논두렁 사이로 오토바이를 탄 주민이 보인다. 사진=내부 정보원 제공

북한 당국의 도로 주변 미화 사업에 거주하던 살림집을 내놓은 농민들이 혹한에 길거리에 내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 짓겠다던 살림집은 자재가 원만하게 공급되지 않아 건설이 늦어지고 있어 농민들이 비닐하우스 등을 전전하며 한겨울 추위에 떨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에 “지난해 8월 문덕군의 금계, 어룡 등의 협동농장에서 고속도로 주변 미화를 위해 주택을 새로 짓는다고 농민들이 살고 있던 집을 다 헐어버렸는데, 공사를 시작한 지 4개월이 넘도록 완공되지 않은 집들이 많아 농민들이 엄동설한 추위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농장에서는 지난여름 당(黨)의 정책관철을 위한 사업을 명목으로 내세워 고속도로 주변 지역의 살림집 총 75채를 허물었다. 고속도로 주변을 미화하려면 주택을 새로 지어야한다면서 해당 지역의 농민들이 살고 있던 살림집을 모두 철거했다는 것이다.

이후 곧바로 새 주택 건설이 시작됐지만, 공사에 필요한 시멘트·벽돌·타일·목재 등 자재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현재 대다수의 농민세대가 한지를 떠돌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돈이 있는 세대는 공사에 필요한 자재들을 자체로 해결해 겨울 전에 살림집을 완공했지만, 그렇지 못한 세대는 대소한의 추위에 비닐하우스나 남의 집에서 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체적으로 자재를 확보해 공사를 모두 끝내고 새 주택에 입주한 세대는 전체 75세대 중 12세대로 16%에 불과하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아울러 현재 지붕기와까지 올리는 외부공사만 마무리한 세대는 전체의 약 30%인 23세대뿐이라고 소식통은 부연했다.

그는 “당초 이번 살림집 건설은 기초공사와 벽체, 지붕기와 등 골조공사를 농장이 부담하고, 나머지 내부공사만 농민들이 부담하기로 돼 있었다”면서 “그런데 이제는 군에서 동원된 공사인력이 철수해 자재를 구입해도 농민들이 자기 집은 자기 노력으로 지어야 할 판”이라고 했다.

그동안은 농민들이 각종 전투와 사업에 동원되면서 자재 보장 등 살림집 건설에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는데, 지금은 공사인력이 모두 빠진 상태라 자재를 구해오더라도 자력으로 내부는 물론 외부공사까지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이야기다.

북한 농촌에서는 9월부터 약 석 달간 일명 ‘가을걷이 전투’가 진행되고, 이후에는 탈곡 작업과 수확물 결산 및 총화 사업이 진행된다. 이밖에도 북한은 통상 10월이면 가을철 국토관리 총동원 기간을 설정해 대규모 국토정비 사업에 주민들을 동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집도 없이 한지에 내몰린 농민들의 불만은 점차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농민들은 고속도로 주변에 새집을 지어준다는 농장관리들의 말만 믿고 살만한 집을 내놓은 것”이라며 “그래서 어떤 이들은 ‘건설자재 부담을 자체로 할 것이면 시작도 안 했다’면서 넋두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