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커스] 방사포 쏘고 막말 비난…북한 내부가 심상찮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인민군 부대들의 합동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사진은 감시소에 올라 훈련을 바라보고 지도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코로나19의 확산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북한 내부의 심상찮은 행태가 연일 공개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한 경제난의 심화에 더불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설상가상의 위기를 맞은 북한 당국이 체제 단속과 주민 통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달 29일에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북한 당국은 리만건 조직지도부장과 박태덕 당 농업부장을 해임했다. 지난 2일에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초대형 방사포를 시험 발사했고, 다음날에는 이에 유감을 표시하는 한국 정부에 대해 김여정이 나서서 맹비난을 쏟아냈다.

이 같은 북한 당국의 일련의 행태는 사회 내부의 이상 징후가 심화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리만건과 박태덕을 해임하면서 이들의 해임 이유로 당 간부양성기지에서 발생한 부정부패를 거론했다. 이들의 비당적 행위와 특세, 특권,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들이 집중 비판되고 그 엄중성과 후과까지 신랄히 분석됐는데 이처럼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고위간부의 해임사안을 공개한 것은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고위간부들의 부정부패 행위를 공개하여 처벌 결정까지 채택한 것은 간부들의 기강 확립과 함께 주민들에 대한 내부결속 효과를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리만건과 함께 해임된 박태덕은 ‘당 농업부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식량사정의 악화 책임을 묻는 희생양이 됐던 것으로 사료된다. 가뭄, 태풍, 홍수 등의 악천후에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한 식량부족 사태로 비등할 수 있는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2일 초대형 방사포의 발사실험도 내부결속을 위한 도발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불만 조짐이 고조될 때마다 외부 위협을 고조시켜 결속을 도모해왔다. 이번 달로 예정됐던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사실상 취소됐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지난달 28일 합동타격훈련을 강행했다. 외부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지속되고 있다는 그들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방사포 발사실험을 재개한 데 대한 한국 정부의 유감 표시에 대한 김여정의 비난은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지고 말았다.

3일자 <조선중앙통신>의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시’라는 제하의 글에서 김여정은 “남의 집에서 훈련을 하든 휴식을 하든 자기들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않고 내뱉는가”라면서 “우리는 군사훈련을 해야 하고 너희는 하면 안 된다는 론리에 귀착된 청와대의 비론리적이고 저능한 사고”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 같은 주장은 정확히 북한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북한 당국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내정간섭 수준으로 반대해왔고, 김여정은 올 상반기 연합훈련이 사실상 취소되자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폄하하면서도 자신들의 합동타격훈련은 자위적 행동으로 정당화했다.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는 그의 말은 자신을 향한 얘기인 것처럼 들린다. 그간 한국에 대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성향을 보여줬던 김여정의 변신은 ‘독설공주’로 거듭난 듯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리만건의 해임으로 김여정이 조직지도부장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김여정이 북한 당국의 권력 실세 자리인 조직지도부장 자리에 오른다면 그것은 김씨 일가가 내부 결속의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1월 김경희의 재등장도 백두혈통의 친정체제 구축을 통한 내부 기강 다잡기로 이해된다. 뒤집어 말하면, 이 같은 일련의 조치들은 북한 내부에서 이상 징후가 점증하고 있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까지 등장하여 확대되면서 북한 당국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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