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 남북주민 자유 의사소통에 기여해야

새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대북정책의 변혁이 예견되는 가운데,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지원한 쌀 중 일부가 북한군대에 유출된 단서가 포착됨에 따라 대북지원 찬반에 대한 논란이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대북지원에 대해 이른바 ‘퍼주기’ 對 ‘중단없는 지원’이라는 명확한 대립구도를 형성하며 갈등을 겪어 왔다.

대북지원 문제를 논할 때 가장 첨예한 관심사 중 하나는 바로 대북지원 물자가 일반 주민들이 아닌, 북한 정권을 연명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는 문제이며, 대북지원 물자의 전용가능성에 대해서는 국내외적으로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하였다. 현재와 같은 분배체계에서는 ‘북한 정권’과 ‘일반 주민’의 괴리가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아사상태에 놓여 있는 북한 주민을 돕는다”는 취지의 인도주의가 오히려 “북한 주민을 아사상태에 놓이게 만든 특정 정권”을 돕게 되는 비인도적 지원으로 전락될 우려가 없지 않다.

이와 같이 북한에 지원하는 쌀이나 물자의 전용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지 않는 것은, 북한 당국의 불투명한 분배체계의 문제점과 함께, 우리 정부의 모니터링 역시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증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와중에 대북지원 쌀이 군량미로 전용되었다는 구체적인 실체가 밝혀짐에 따라, 대북지원정책의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었다.

북한이 제도 개선에 나서도록 요구해야

현재 대북지원이 ‘퍼주기’로 불릴 만큼 남한의 일방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일대일의 등가적 교환은 아닐지라도 유연한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하여 남북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상생의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개선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대북지원은 북한 주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반드시 인권문제와 연계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재해로 인한 긴급구호의 경우는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일반적 지원의 경우 북한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과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수반하도록 북한 당국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 즉, 북한 당국이 제도 개혁을 통해 한국과 국제사회가 제공하는 사회간접자본과 설비투자를 생산적이고 경제성 있게 사용하고자 한다는 의지에 대한 확약이 수반되어야 한다.

단순히 물자를 북한에 전달하는 형식을 지양하고, 북한 경제재건과 농업구조를 본질적으로 개편할 수 있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북한 당국을 설득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인도적 기준이나 국제적 규범 및 관례에 따라 전달, 분배, 모니터링을 실시하여, 지원의 투명성을 제고함은 물론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제 대북지원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지원과 수혜가 아닌 남북이 상생의 협력을 이루고, 남북한 주민들이 서로 ‘너나들이’(서로 너니 나니 하고 부르며 허물없이 말을 건네는 사이)로 살아갈 수 있는 디딤돌의 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무리하거나 조급함을 버리고 분명한 원칙에 기반을 둔 대북지원정책을 추진해 나간다면, 대북지원은 ‘북한 인민’과 ‘남한 주민’의 자유로운 소통을 이루는 사회적 통합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