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첫 대남비난 담화…백두혈통 전면에 나선 이유는?

발사체 유감 표명한 청와대에 "저능한 사고방식" 비난…김여정 위상·영향력 확대

지난 1월 25일 삼지연극장에서 열린 설 명절 기념공연 당시 김경희와 김여정의 모습. /사진=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3일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했다.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유감을 표명한 청와대를 겨냥한 것으로, 김여정이 직접 대남 비난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주로 대남전담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대남 메시지를 발신해왔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의 상징적인 인물이자 ‘백두혈통’의 일원인 김여정이 직접 대남 비난에 나서게 된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여정의 담화는 전날(3일) 오후 10시 30분께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게재됐다. 그는 담화에서 김 위원장이 참관한 인민군 전선 장거리포병구분대의 화력타격훈련을 두고 “우리는 그 누구를 위협하고자 훈련을 한 것이 아니다”며 “나라의 방위를 위해 존재하는 군대에 있어서 훈련은 주업이고 자위적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여정은 “남쪽 청와대에서 ‘강한 유감’이니, ‘중단요구’니 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우리로서는 실로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며 “남의 집에서 훈련을 하던 휴식을 하던 자기들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내뱉는가”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3월 강행하려던 합동군사연습도 남조선(한국)에 창궐하는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가 연기시킨 것이지 그 무슨 평화나 화해와 협력에 관심도 없는 청와대 주인들의 결심에 의한 것이 아니다”며 “우리는 군사훈련을 해야 하고 너희는 하면 안 된다는 논리에 귀착된 청와대의 비논리적이고 저능한 사고에 ‘강한 유감’을 표명해야 할 것은 바로 우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에도 김여정은 청와대를 향해 ‘적반하장의 극치’ ‘세 살 난 아이들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완벽하게 바보스럽다’ ‘겁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면서 조롱 섞인 비난을 이어갔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자제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대남 메시지의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여정이 이렇듯 전면에 나선 것은 남북관계에서 일종의 충격요법을 주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4일 데일리NK에 “김여정은 지금까지 정상 간 메신저 역할을 해오는 등 남북관계에서 상징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담화는 그만큼 ‘한국 정부가 대화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편에서는 김여정의 역할과 위상 강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이번 담화를 평가하고 있다. 김여정이 전면에서 대외적인 입장을 표명할 만큼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이는 ‘백두혈통’을 강조하는 최근 북한 내 움직임과 일맥상통한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여정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백두혈통 가족정치를 강조한 것으로, 이는 결국 김정은의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과 연관된 문제”라며 “최근 북한이 김경희를 재등장시키거나 백두산대학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임 교수는 “북한이 강조하고 있는 ‘백두산 정신’을 이끌어가는 주체는 곧 백두혈통이기 때문에 백두혈통의 정당성을 계속 강조해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김여정이 갖는 무게감도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