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밀수 무역일꾼들, 일주일마다 교체돼 한 달간 격리”

소식통 "북중 간 국가밀무역 이달초 재개"…김정은 승인 받은 '방침물건' 위주 거래

북한 평안북도 압록강변 도로 위에 정차 중인 차량. / 사진=데일리NK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국경지대에서 이뤄지는 국가밀수에 가담한 무역업자들에 대해 방역 조치를 한층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에 “지금 위(당국)에서는 국경연선의 무역일군(일꾼)들이 중국과 교두접촉을 할 수 있는 유효기간을 일주일로 정하고 매주마다 인원을 교체하고 있다”며 “중국땅을 밟았거나 잠시라도 중국인과 접촉한 이들이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에 감염됐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국가밀수에 관여하는 무역업자들이 평안북도·자강도·양강도·함경북도·나선시 등 국경 지역에서 딱 일주일간만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이 동안에만 중국 측과의 접선을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소식통은 “무역일군과 운전수를 한 조로 묶어서 내보내고 있는데 일주일이 지나면 이 사람들을 바로 한달 간 격리시킨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가밀수에 나서고 있는 무역업자들과 트럭운전사 등은 현재 국경 지역의 시·도 여관과 강습소 건물 등 지정된 장소에 격리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 당국은 애초부터 기저질환을 가진 무역업자들은 아예 내보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몇몇 무역업자들은 ‘이게 무슨 중앙당 5과 선발이냐’는 등의 볼멘소리도 내뱉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중앙당 5과는 북한에서 김 씨 일가와 핵심 간부들의 이른바 ‘모심사업’을 담당하는 여성들을 일컫는 용어로, 선발기준이 매우 까다롭고 엄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 국가밀수는 중앙타격대, 지역보위부, 세관보위부, 세관행정실무일꾼, 지역방역지휘부, 대외무역성 무역지도실무일꾼 등에게 6중 감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에는 현지의 세관원이나, 보위부만 거쳤다면 지금은 중앙에서 파견한 타격대의 감시는 물론이고 방역일꾼들의 검사도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소식통은 “이는 원칙적으로 무역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만, 무엇보다 지금은 방역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하는 상태이기 때문에 더욱 세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 당국의 개입으로 이뤄지는 국가밀수는 이달 초부터 재개됐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지난 1월 하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국경을 폐쇄하면서 국가밀수가 한동안 중단됐으나, 최근들어 다시 시작됐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무역 및 밀수 차단이 장기화하면서 북한 내부경제가 크게 위축되자 모종의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앞서 본보는 지난달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당국이 중국에 국가 간 밀무역 재개를 요청했으나, 중국 측에서는 공식 무역이 아닌 밀무역을 재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내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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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현재 국경 지역에서 이뤄지는 국가밀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승인을 받은 이른바 ‘방침물건’을 중국으로부터 들여오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최고지도자가 국가 밀무역을 일일이 살피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소식통은 “지금은 비상사태라 방침을 받아야만 밀수가 가능하다”면서 “위에서 자를 건 자르고, 당장 필요한 것부터 순서대로 들여오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품은 들여오면 곧바로 소독작업을 하고 운송하는데, 그중에서도 급물(急物)이 아닌 것들은 소독한 뒤 창고 등에 보름 동안 필수 격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