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또 연기됐다…코로나에 태풍피해까지 겹치자 긴급 지시

평양 등에서는 온라인 수업 요구도…일부 돈 있는 부모들은 가정교사 구해 사교육 시키려해

북한 함경북도 남양노동자구 시내에 있는 학교 운동장에 아이들이 모여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전국 학교들의 개학을 또 한 차례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경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전국적인 피해 상황을 고려해 또다시 개학을 미뤘다는 전언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에 “전날(8일) 오후 내각 교육성에서 도·직할시·특별시 교육부들에 개학을 다시 연기한다는 지시문을 내렸다”며 “이유는 전염병(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비법(불법)월경자가 양강도 삼지연으로 귀향한 사건에 따른 방역 차원”이라고 전했다.

앞서 본보는 지난달 양강도 소식통을 인용해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 중국에 나가 살던 북한 주민이 현지에서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뒤 몰래 양강도 삼지연으로 들어오다가 국경경비대에 발각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中서 코로나 양성 판정 받은 北주민, 삼지연으로 ‘밀입북’”)

이 일로 북한 당국은 사회안전성 명의의 포고문을 내려 국경 일대의 단속 수위를 한층 높였고, 양강도 삼지연과 인근 혜산을 봉쇄해 주민과 물자 이동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몰래 산을 타고 국경을 넘나들거나 접근금지구역에 기웃거리는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철저한 주민 통제와 방역의 필요성에 따라 개학을 잠정 연기하게 된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아울러 소식통은 “다른 지역, 특히 강원도와 함경남북도, 황해남북도에서 큰물(홍수)과 태풍피해로 적지 않은 학교들이 떠내려가거나 파손됐다는 종합보고가 제기되기도 했다”며 개학 재연기의 또 다른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이번 교육성 지시문에는 전국 지방 도·시·군 학교의 피해 통계가 명시됐는데, 이에 따르면 장기간의 장마로 인한 홍수와 최근 연이어 불어닥친 태풍의 영향으로 약 20%의 전국 소학교(초등학교)와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 건물 등이 붕괴·파손돼 당장 수업을 진행할 수 없는 상태에 놓였다.

소식통은 “이런 종합적인 상태를 보고 내각 교육성과 중앙의 방역지휘부 등이 중앙당에 보고해 개학을 최종적으로 미루게 된 것”이라며 “어차피 중앙대학들도 당 창건 75돌(10·10) 행사를 준비하느라 강의를 중단해야 하니 개학이 미뤄져도 크게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따라 애초 10일께 개학을 준비하고 있던 전국의 소학교와 초·고급중학교, 지방대학 학생들은 재차 개학이 연기되면서 또 한동안 집에서 시간을 보내게 됐다. 현재로서는 이들에게 예습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 외에 별다른 과제는 없는 상태라고 소식통은 말했다.

이렇듯 개학이 또다시 미뤄지자 평양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우리(평양)나 지방에서 내부 교육 인터네트망(인터넷)으로 원격수업이 가능한 집들은 그렇게라도 공부하게 하자”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의 학부모들은 “계속 이런 식으로 미루다 뒤늦게 개학하면 시간이 촉박해 대충 진도를 나갈 것 아니냐” “교원(교사)들이야 학생들이 소화하든 말든 속성으로 가르칠 게 뻔하다”면서 걱정과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의견에 일부 교육부문 일꾼들은 컴퓨터나 다른 기기가 있는 잘사는 집 애들만 진도를 나가게 하는 것은 12년제 무상의무교육, 평등교육이라는 사회주의 교육 테제를 왜곡되게 집행하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에 평양과 일부 지방의 상류층 및 돈주 부모들은 돈을 들여서라도 조용히 과목별 혹은 다과목 가정교사들을 불러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소식통은 추후 개학 시점과 관련해 “추석을 쇠고 10월 5일에 개학할지 아니면 10월 10일 지나서 12일에 개학할지 두 가지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이라며 “현재로서는 9월 29일에 둘 중 한 가지 안을 택해 알려주겠다는 내용이 지시로 내려온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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