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물지 않은 강냉이까지”…식량난 우려에 곡식 도둑 기승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태풍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복구 중인 황해남도 청단군 석진협동농장의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에서 곡식 도둑이 크게 늘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경제난에 식량난까지 겹칠 수 있다는 우려에 주민들 상당수가 도둑질을 통해서라도 식량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에 “홍수와 태풍으로 올해 농사 작황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견된다”면서 “이 때문에 협동농장의 강냉이(옥수수)를 몰래 수확해가는 주민들이 늘어나 농업 관계자들의 고민이 깊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특히 이번 홍수와 태풍 피해로 평안남도 개천, 순천, 덕천 등 탄광, 광산 지역의 주민들의 식량난이 우려된다”면서 “해당 지역 탄광 노동자와 가족들, 농장의 농민, 여기에 군인들까지 도적질에 나서 상당한 양의 강냉이가 유실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농장 포전의 강냉이 도적 행위는 해마다 나타나는 일이지만 올해는 그 횟수와 양이 작년에 비해 크게 늘고 수법도 노골적”이라면서 “농장 소속 노동적위대원들이 무장경비를 서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경제난으로 인해 지속해서 누적된 공포감과 불안감이 태풍으로 인해 역치(閾値)를 넘으면서 ‘도둑질’을 해서라도 식량 확보를 해야된다는 심리가 발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경폐쇄로 경제적으로 상당한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이로 인해 시장이 침체되고 기업소도 운영이 중단되면서 주민들의 가계 수입이 크게 줄었다. 여기에 일부 수입 품목 물가까지 요동치면서 주민들은 생계유지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태풍이 농작물에 막대한 피해를 주자 곡물 생산량이 줄어 식량난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식량 확보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재난이 예상될 때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는 것과 비슷한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돈과 구매할 물건이 부족한 북한의 특수한 상황 속에 주민들이 농장의 곡물에 손을 대는 것이다.

소식통은 또 “강냉이가 완전히 수확할 때까지 아직 많은 기일이 남았는데 벌써 도적이 성행하면 가을(추수) 할 시기에는 남을 것이 없을 것”이라면서 “가을에 수확량이 적어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충분히 자라지 못한 작물을 주민들이 무분별하게 훔쳐 가면서 자칫 식량 생산에 더 큰 차질을 빚어 식량난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지난 17일 ‘북한경제의 퍼펙트 스톰 가능성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제재, 팬더믹, 수해의 삼중고가 겹침에 따라 북한의 무역, 산업, 재정, 시장이 일시에 붕괴 내지 혼란에 빠지는 이른바 ‘퍼펙트 스톰’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 8월 태풍 ‘바비’가 최대 곡창지대인 황해도와 평안도 일대를 덮쳤으며 이달 초에는 ‘마이삭’과 ‘하이선’이 함경도와 강원도 일대에 상륙해 농장에 큰 피해를 줬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18일 발표한 ‘작물 전망 식량 상황’ 보고서를 통해 북한을 외부의 식량 지원이 필요한 국가 중 하나로 재지정했다.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FAO는 이날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제약이 북한 주민의 식량 불안정과 취약성을 키웠다”며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연이어 닥친 홍수와 태풍 피해로 식량과 가축이 손실이 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