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가족과 통화’로 체포된 양강도 주민, 구타·고문에 결국 숨져”

소식통 "구류장 계호원, 10여일 동안 곤봉 휘둘러"…구금시설 내 인권침해 여전

최근 북한 양강도 보위국 구류장에서 구타와 고문으로 인한 사망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전히 북한 구금시설 내에서 심각한 인권침해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일주일 전인 지난 20일 오후 양강도 혜산시 혜탄동 출신 허모 씨가 도(道) 보위국 구류장에서 사망했다”며 “도 보위국 예심과 계호원(간수) 중급병사에게 지속적으로 맞아 체포된 지 17일 만에 사망한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만 73세인 허 씨는 앞서 지난 9월 초 남한에 있는 가족들과 통화하던 중 외부와 연락할 수 있도록 중개해주는 브로커의 신고로 도 보위국 반탐과 요원들에게 체포됐다.

북한은 지난 2015년 개정 형법에 ‘비법(불법)적으로 국제 통신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노동단련형 또는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는 내용의 ‘비법적인 국제통신죄'(제222조) 처벌 규정을 신설, 주민들의 외부 접촉을 엄격히 단속·통제하고 있다.

도 보위국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된 허 씨는 조사 과정에서 지속적인 구타와 고문을 당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구금된 첫날부터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을뿐더러 계호원인 김모 씨(22)가 휘두르는 곤봉에 얼굴 부위 등을 지속적으로 맞았다는 것이다.

사망 당일인 지난 20일에도 허 씨는 도 보위국 수사과에서 조사를 받고 구류장으로 돌아오던 중에 ‘계단에서 무릎을 꿇고 뒷짐을 진 채로 대기하라’는 계호원 김 씨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허 씨는 뒷짐을 지지 않고 있었다는 이유로 또다시 김 씨가 휘두른 곤봉에 머리를 맞았고, 결국 이날 목숨을 잃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도 당사국인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규약) 제7조는 ‘어느 누구도 고문 또는 잔혹한, 비인도적인, 모욕적인 취급 또는 형벌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10조는 ‘자유를 박탈당한 모든 사람은 인도적으로 또한 인간의 고유한 존엄성을 존중하여 취급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 자체적으로도 ‘국가는 형사사건의 취급처리에서 인권을 철저히 보장하도록 한다'(형사소송법 제6조)는 등 인권 보장을 위한 법률 조항을 두고 있지만, 여전히 북한 내에서는 구타와 고문 등 비인도적인 행위가 자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통일연구원도 지난 4월 발간한 ‘북한인권백서 2018’에서 “북한에서는 형법 및 형사소송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제 형사사건 처리과정에서 고문 및 비인도적 처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피의자 심문기간 동안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조사방식 중 하나로 고문이 확립되어 있을 만큼 고문이 만연되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허 씨의 가족들은 그의 사망 소식을 접한 뒤 도 보위국에 찾아가 ‘시신이라도 넘겨달라’고 요구했지만, 도 보위국에서는 ‘반역자가 묻힐 땅은 없다’면서 가족에게 시신을 넘겨주지 않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허 씨의 가족들은 ‘비법월경한 것도 아닌데 아무리 죄를 지었어도 시신은 가족들에게 보내줘야 하지 않느냐’고 계속 항의했으나 도 보위국은 ‘너희들도 똑같은 반역자가 되고 싶느냐’면서 으름장을 놓고 가족들을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달에 한 번 씩 반역자공동화장터에서 시신 화장을 진행하는데, 허 씨의 시신도 그곳에서 화장된 것으로 현재 파악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