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태풍 피해 지역에 수인성 질병 창궐… “오염된 물이 사태 악화”

농작물피해막이
북한 주민들이 태풍과 폭우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에 나서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13호 태풍 링링이 북한을 강타해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에는 전염병까지 확산하고 있어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열악한 위생환경과 오염된 식수 등이 질병 확산의 주원인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황해남도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태풍이 지나간 후 각종 세균성 이질,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 수인성 질병의 발생상황은 완전히 참상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사망한 시체들을 봤는데 정말 눈 뜨고 보지 못할 지경”이라며 “깡마른 체구에 기형처럼 보이는 시체를 보니 고난의 행군이 생각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염된 식수로 인한 급성 설사와 고열, 피부병, 기생충에 의한 감염 등이 주민들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이 언급한 세균성 이질,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같은 수인성 질병은 오염된 물이나 식품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식수 관리와 방역이 필수적이지만, 북한 주민들은 여전히 오염된 물을 식수로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져 감염병이 확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소식통은 “병이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것은 열악한 위생과 불결한 식수 때문”이라며 “거의 모든 지역의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주변 물웅덩이에서 물을 길어다 식수로 이용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가 배포한 ‘2018 풍수해(태풍·호우) 대비 감염병 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풍수해로 인해 하천범람이나 침수가 발생하면 위생환경이 취약해져 병원균이나 모기, 파리 등 감염매개체에 의해 각종 감염병이 나타난다.

북한에서는 태풍 피해 이전에도 낙후된 상하수도 시설로 인해 깨끗한 수돗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다. 이에 주민들은 평소에도 강이나 냇가에서 길어온 물을 끓여 식수로 이용해 왔다. 이런 상황에 최근에는 태풍 피해까지 겹치면서 오염 식수로 인한 각종 질병이 더욱 퍼지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9일 “(태풍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210여 동에 460여 세대의 살림집과 15동의 공공건물이 완전 및 부분적으로 파괴되거나 침수됐다”고 전한 바 있다. 특히 황해도의 경우 태풍으로 인한 많은 비가 내려 도로와 농경지가 침수·매몰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에 앞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홍수) 피해가 발생하면 해당 지역들에 위생 안전성이 담보된 음료수를 신속히 공급할 수 있게 먹는 물, 소독약과 함께 각종 예방약들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을 철저히 세웠다”며 “보건성, 상업성 등에서는 치료대들과 비상 방역대를 조직하고 의약품, 의료용 소모품, 식량, 가정용품을 비롯한 구호물자들을 준비해놓았다”며 재해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현재 태풍 피해를 받은 지역에 오염된 물로 인한 감염병이 확산하고 있는 점에 미뤄 구호물자 지원과 방역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 기반시설과 행정력 미비에 따른 재난재해 대응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유럽연합과(EU)과 인도주의 기구 간 상임위원회(IASC)가 지난 3월 공동발표한 ‘2019 위험지수 보고서’(INFORM index)에 따르면 북한의 사회기반시설, 재해 대처 능력 등 위기관리 지수는 6.4점으로 전체 191개 조사대상국 중 155위로 나타났다.

위기관리 지수는 점수가 높을수록 위험성이 높은 것을 의미하는데, 실제 북한의 위기관리 지수는 ▲한국 1.8점 ▲일본 1.5점 ▲중국 3.7점과 큰 차이를 보여 위기대응력이 주변국에 비해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