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치선전 포스터 미국서 책으로 출간돼 화제

‘미제에게 죽음을’ 포스터 ⓒ캘리포니아 문학평론

“우리 인민의 피맺힌 원쑤, 미제에 죽음을….”

북한 당국의 정치선전 포스터에 담긴 포스터의 정치구호다. 섬뜩한 캡션(사진설명) 아래로 포스터에는 북한에서 김일성의 조부가 주도했다고 주장하는 제너럴 셔먼호 사건, 미군이 저지른 것으로 선전되는 신천학살 사건,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 등의 이미지가 배경으로 깔린다. 선명한 붉은 색의 AK 소총이 미군 병사를 찌르고 있다.

또 다른 포스터에는 미소가 가득한 여성 농부가 염소에게 풀을 먹이는 목가적 풍경과 함께 “모든 가정에서 염소를 대대적으로 기르자”는 간결한 구호가 이어진다.

이처럼 북한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진수인 선전포스터들이 미국에서 한 권의 책으로 편집돼 출간돼 관심을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북한 현대사 전문가인 쾬 데 쿠스터 교수(네덜란드 레이덴 대학)와 포스터 수집가인 데이빗 헤더가 공동으로 출간한 ‘북한 포스터: 데이빗 헤더 컬렉션’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현실세계에 도래한 듯한 이국적인 정서 때문인지 미국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선전선동의 걸작들이 마치 타임캡슐처럼 존재하고 있다”고 표현한 LA 타임스는 서평에서 북한의 선전 포스터들이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강조하는 간결함, 명쾌함, 정교함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LA 타임스는 포스터 그림뿐만 아니라 선전 문구들도 “미국이야말로 악의 축의 나라이다” “농구를 널리 보급하자” 등 간단명료하게 이뤄진다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 서평은 “행복한 북한 농부의 얼굴이나 당과 수령, 사회주의 조국을 지키겠다고 맹세하는 병사들의 얼굴에서는 어떤 모호성도 발견할 수 없다”고 북한 예술의 경직된 모습을 비판했다.

지극히 사회주의적인 북한의 선전포스터들은 시장화의 바람에 휩쓸리면서 서양 수집가들의 인기 수집품으로 변신한 것도 아이러니다. LA 타임스는 “북한의 선전선동가들이 만들어낸 격렬하고 금욕적인 작품들이 돈에 팔려나가는 현실은 이들에겐 심리학적 죽음”이라고 평했다.

책을 편집한 쿠스터 교수는 ‘캘리포니아 문학평론지’에서 “북한에선 선전 포스터가 인민대중의 동원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전하고 “이를 위해 모든 포스터들은 최대의 접근성과 명료성, 훈계와 정보제공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선전 슬로건이 “포스터와 미디어, 정치 교육을 통해 끊임 없이 반복되면서 인민의 뇌리 속에 진리를 전달함과 동시에 그 속에서 (체제가 요구하는) 진리를 창조하게 된다”며 북한 사회를 지배하는 상징조작의 폐해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