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애플 선불카드로 암호화폐 돈세탁… 美, 관련 중국인 2명 제재

아이튠즈 선불카드
미국 애플사의 미디어 서비스 아이튠즈의 선불카드 . /사진=pixabay

미국 재무부가 북한이 미국 애플사의 온라인 미디어 판매 서비스 아이튠즈 선불카드를 이용해 불법 탈취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와 관련된 중국인 2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관리국(OFAC)은 2일(현지시간) “2018년 암호 화폐 거래소에 대한 ‘사이버 침입 행위’로 인해 절취된 암호화폐 돈세탁에 연루된 중국 국적자 2명을 제재했다”며 “이들은 북한이 후원하는 악의적인 사이버 조직 라자루스(Lazarus)와 연결돼 있다”고 밝혔다.

라자루스는 북한 정찰총국의 통제를 받는 조직으로 지난 2014년 소니 픽처스, 2016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 사건의 배후로 알려졌다. 재무부는 지난해 9월 라자루스를 ‘블루노로프(Bluenoroff)’, ‘안다리엘(Andariel)’과 함께 제재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OFAC는 이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중국인은 톈인인(田寅寅, Tian Yinyin)과 리쟈둥(李家東, Li Jiadong)이다”면서 “이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암호화폐 주소로 불법 자금을 이체해 자금 출처를 모호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 애플 아이튠즈 선불카드로 비트코인을 구매할 수 있다(사이트는 기사와 무관). /사진=paxful.com 캡처

특히 이들 중 텐인인은 140만 달러(약 17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애플 아이튠즈 기프트카드 구매에 사용했다고 한다.

인터넷상에서 애플 아이튠즈 기프트 카드는 비트코인으로 거래할 수 있으며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여기에 개인 인증이나 영수증 없이 익명으로 거래가 가능하다. 북한 해킹 그룹이 자금 세탁 용도로 이용하기 상당히 좋은 환경인 셈이다.

또한 애플 아이튠즈 기프트 카드 이외에 스타벅스, 월마트, 아마존 등 각종 선불카드를 비트코인으로 구매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 가지고 있는 익명성에 신원확인 없는 거래가 가능한 다양한 거래처가 더해져 불법 자금을 추적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OFAC도 “가상 자산 서비스 제공업체와 전통적 금융 기관은 장물 수익의 이전에 그들의 사업이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고객 활동의 상당한 변화를 경계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특히 고객 실사 없이 익명의 지불 및 저장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은 사이버 공격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무부는 “북한의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은 악의적인 정권의 핵심 수익창출원이다”며 “기존 금융 기관의 법정 화폐 절도에서부터 암호 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하는 사이버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 1718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억 달러를 탈취하려고 시도했으며 그중 5억 5100만 달러를 훔쳤다.

보고서는 북한이 금융기관에서 훔친 돈으로 탄도 미사일 및 핵 프로그램에 투자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