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P, 北 당국 분배 투명성 담보 확실히 받았나

북한 식량 사정이 악화 되는 보릿고개(춘궁기)를 앞두고 인도적 대북 식량지원 이슈가 불거져 나오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해마다 이맘때면 연례행사 격으로 꼭 한번은 짚고 넘어가게 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약간 사정이 다르다. 북한 정권은 예년과 다르게 올해 초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쌀 지원을 요청해왔다. 미국이나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와 아프리카에까지 식량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북한은 인도주의 지원단체와 국제 원조단체들에게 자국의 식량 상황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고, 3월 중 실시된 현지 실사단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달 초, 머시 코어와 월드비전 등 미국의 대표적인 다섯 개의 대북지원 구호단체 소속 전문가들이 일주일간 북한을 방문해 식량실태를 조사했다. 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정부에 긴급 식량지원을 촉구했다. 


이들은 “주민들의 극심한 영양결핍을 목격했다”면서 “지난 6개월간 저체중아 출산과 영양 결핍으로 인한 환자가 급증했고, 식량난이 지속되면 취약계층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을 예측하기도 했다.


뒤이어 유엔도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600만 명 이상의 북한 취약계층 주민들이 43만 톤 가량의 긴급 식량지원의 필요성에 처해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유엔은 2월 중순에도 인도주의업무조정국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8천 260만 달러 규모의 대북지원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북한 내부가 궁핍하고 주민들 상당수가 정상적인 영양 섭취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수 년째 반복돼 온 분명한 현실이다. 최근 몇 년간은 핵실험과 남북관계 악화 등으로 외부 식량지원이 원할치 못했다. 또한 신의주 등 지난해 여름 대규모 수해로 식량 수급이 극히 불안정해진 지역이 늘어났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이러한 정황을 북한 내부가 1990년대 중반과 같은 대재앙 상황에 직면했다는 증거로는 보기 어렵다.   


최근의 장마당 쌀값 동향을 본다면, 2월 중순을 정점으로 2천원대로 안정되더니 2월 말경에서 최근까지 1900원대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소식통들에 의하면 지역별로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장마당에는 쌀이 부족하지 않다고 한다. 데일리NK 자체 조사에 의하면 북한에서 옥수수죽을 먹더라도 하루 세 끼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 비율은 20%를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북한 당국은 지난해 12월경부터 군량미 헌납운동을 반강제적으로 벌여왔다.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헌납을 기본적으로 권장하면서 일부에서는 가택 수색으로 식량을 약탈해간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국가가 주민들에게 식량을 공급하기는 커녕 주민들로부터 식량을 빼앗는 형태로 부족분을 조달하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당국은 현재 국제사회에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명목으로 쌀을 구걸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가 예년에 비해 식량난이 크게 악화됐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대신 북한 당국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고사하고 주민들에게 군량미 명목으로 개인 쌀을 수탈하고 있는 실정이다. 


로스-레티넨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북한의 식량지원 요청에 대한 중대한 염려사항으로 국제지원 식량이 내년에 있을 김일성 100주년 생일 행사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매우 의미 있는 분석이다. 2007년 말경 북한민주화위원회가 실시한 탈북자 대상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중 7.6%만이 남한에서 지원된 식량을 배급 받은 경험이 있었다고 답했다. 그나마 이들이 받은 식량도 김일성 또는 김정일 생일날 명절 특별공급 명목으로 1~2kg 분량을 한 두 차례 받았던 것에 불과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지원은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 주민이 굶는 것이 남측이나 국제사회의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처럼 오도하는 것은 정확한 현실 분석이 아니다. 또한 최근 인도적 식량지원을 얻어내고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주체가 다름아닌 모니터링 확대를 요구한 국제지원단체 직원들을 강제추방한 김정일 정권이라는 점에서 그 배경을 심사숙고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지금 북한정권이 국제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취약계층 명목의 쌀’이 그야말로 취약계층의 입으로 들어가게 될지, 아니면 강성대국 구호 하에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정치행사를 위한 비축용일지에 대해서는 국제지원 단체들도 냉철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지원단체들도 식량지원 목소리부터 높이기보다는 주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확실한 보증을 북한 당국에게 받아내는 것이 우선이다. 사후 모니터를 통해 배급된 식량이 다수 회수됐는지에 대한 여부까지 조사가 가능해야 한다.  


국제사회든 남한 정부든 이왕에 줄 쌀이라면 당당하게 분배의 투명성을 요구하며 취약계층이 소비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분배 투명성 보장 없이는 한 톨의 식량도 지원될 수 없다는 원칙을 못 박아야 한다. 


만약 분배과정이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원을 하거나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모니터링을 수용하겠다면 이는 북한 주민을 돕는 것이 아니라 북한 3대세습 안착을 돕는 것에 불과하다. 국제지원 단체들은 지원의 당위성 보다 지원 식량이 북한 주민들의 입으로 넘어가는 것까지 확인하겠다는 자세를 먼저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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