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K포커스] 대북 정책, 시작부터 엇박자?…진정한 한미 공조를 위한 제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일에 공식 출범한 바이든 미 행정부의 외교라인이 선명해지고 있다. 과거 대북정책을 다루면서 북한 당국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강경파 인사들이 바이든 정부의 외교라인에 포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북 유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과 미묘한 마찰이 예상된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신임 미국 정부는 대북정책의 윤곽을 처음으로 공식 발표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이 여전히 대북 억제에 중대한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 ‘새로운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언급은 트럼프 시대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됐다. 북한 비핵화 문제에 관한 접근뿐 아니라 전반적인 대북정책에 있어 전임 행정부의 전철에서 벗어나겠다는 탈궤(脫軌)의 선언으로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북한 당국의 비핵화 문제뿐 아니라 인권 문제 등 북한 관련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짙다.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 대북정책을 담당했던 인사들을 국무부 고위직에 대거 내정했다.

지난 20일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외교 안보 참모였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북한과 관련된 모든 정책을 재검토할 의향이 있다는 뜻을 밝히며 안보 측면뿐만 아니라 인도주의적인 면도 동등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에서 도외시했던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를 중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내정자도 블링컨 지명자 못지않은 대북 강경파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북정책조정관을 지내면서 북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강경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표명했었고, 오바마 행정부 2기 때에는 국무부 부장관을 맡으면서 ‘전략적 인내’의 실행에 깊이 관여했다. 특히 2000년 10월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할 때 셔먼 내정자는 그를 수행하면서 김정일을 만나기도 했다. 이 같은 경험은 여성인 셔먼 지명자에게 북한의 인권 현황을 절감케 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차관보 대행으로 지명된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도 북한인권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성 김 내정자는 과거 북한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중시하면서도 대북제재 강화와 북한인권 문제 해결을 중요시했다. 이 밖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와 커트 캠벨 백악관 아시아 담당 조정관 역시 대북 강경 기조를 주장하고 있는 인사들이다.

이 참모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주의와 인권 중시 정책을 실행하며 대북 압박을 현실화하는 경우, 한국 정부의 ‘묻지마’식 대북 포용정책과 충돌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에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김정은의 답방을 기대하며 남북 협력사업의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뿐만아니라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평화 의지와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면서 지난 8차 당 대회 때 김정은이 직접 공개했던 남침용 전술핵무기와 한반도 무력통일 의도를 잘못 해석했다. 북한 당국이 요구하는 것은 미국으로부터 확실하게 체제 안전을 보장받고 미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김정은의 대변인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는 한미관계를 불편하게 만드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기술했듯이 신임 미국 행정부의 외교 안보 담당 인사들은 하나같이 북한 인권문제를 중요시할 것이다. 북한 핵문제뿐 아니라 인권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움직이는 양 축의 수레바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북한인권 인식은 어떤가. 독재자의 여동생 심기를 살피며 대북전단 금지법을 마련해서 북한 동포들의 자유와 인권 의식의 말살에 기여하고, 유엔에서는 북한인권법 채택에 제대로 된 목소리도 내지 않으며, 인권 변호사 출신인 대통령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에 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북한 당국의 비핵화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 등 한미 양국의 총체적인 대북 인식의 괴리는 양국 관계를 이격(離隔) 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과거 김대중-부시 행정부, 노무현-부시 행정부 시대에 경험했던 한미 관계의 균열요인이 다시 머리를 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관계의 역사는 애증의 역사였다. 사람으로 치면 고희(古稀)의 나이를 앞두고 있다. 지난 68년간 한미관계엔 좋은 날도 있었지만, 이혼의 문턱까지 갔던 위기도 있었다. 특히 한국에 진보정부가 들어서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 양국은 황혼의 이혼 위기를 자주 경험했다. 그 원인은 주로 대북인식과 그에 따른 대북정책의 이질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거에는 북한 당국이 비핵화에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라 하더라도 8차 당 대회에서 그들이 보여준 핵보유 및 핵 위협을 감안할 때, 앞으로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은 지난날의 혼선을 거듭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진정한 민주주의와 인권 의식이 북한에도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한미 양국 정부가 긴밀히 협력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한미 공조는 대북 정책에서 실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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