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느낌표’ 제작진, 정신차려라

▲ <느낌표>‘남북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

토요일 밤 10시 30분에 방영되는 MBC 프로그램 <느낌표>에 ‘남북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이란 코너가 있다. 북한 TV에서 방영됐던 알아맞히기(퀴즈) 대회를 MBC가 입수, 남북어린이가 공동으로 경연을 벌이는 것처럼 합성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북한에서 이미 진행한 경연대회의 출제문제를 남한의 아이들이 풀고, 그 결과를 동시에 발표함으로써 남북어린이들의 차이를 보여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연출진은 ‘남북어린이들의 교육현실과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여 통일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이 코너의 취지를 설명한다.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인 재미 속에서도 공익성을 추구하기 위해 ‘통일’이란 무거운 주제를 꺼낸 <느낌표> 제작진들의 고민과 노력은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취지와 의도만 좋았을 뿐 거기에 담긴 알맹이들은 정작 그 취지를 담아내지 못해 애초에 시도 안한 것만 못한 결과를 낳고 있다.

남북한 교과과정의 차이와 단어사용의 다름을 부각시켜 도대체 북한교육현실의 어떠한 점을 보여주고 싶어한 것인지, 문제를 척척 맞추는 북한어린이들을 보고 북한과의 어떠한 차이를 느끼라는 것인지, 도무지 의도를 알 수 없는 것이다. 의도가 사라져 버린 공간에 북한어린이들은 그저 웃음의 소재로만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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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문제도 있다. 프로그램 제작진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북한의 알아맞히기 대회는 전국의 수재들만 고르고 골라 집중적으로 교육을 시킨 아이들만 내보낸다고 한다. 전국의 수재들을, 그것도 개인교사가 붙어 추가교육까지 시킨다는 것은 이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순수한 경연대회의 성격이 아니다. ‘공화국 아이들’은 이렇게 똑똑하고 영민하다는, 체제선전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자유롭게 뛰어 놀아야 할 나이에 ‘공화국의 자랑’이 되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문제를 외웠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더 이상의 방송시청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제작진이 정말 통일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자 했다면, 적어도 북한 어린이들의 현실이 어떠한지 사실대로 보여줘야 한다. ‘공화국의 선택된 아이들’이 아니라, 외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도시 평양이 아니라, 북한 곳곳에 있는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전파의 공익성이다.

이 방송을 보고 생각났던 것은 며칠 전에 보도된 청진의 꽃제비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동상으로 발가락이 잘려 손으로 몸을 끌며 구걸하는 아이, 군인이 피다 버린 담배꽁초를 주어 돌려피는 아이들, 한겨울에 여름누더기 옷을 입고 있는 아이, 이러한 아이들을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 이것이 지난해 11월 북한 제2의 도시, 청진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의 실제 모습이다.

어느 사회,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국가는 어린이들을 보호하고 책임질 의무를 가진다. 이러한 기본적 가치와 기준 아래에서 남과 북의 차이를 비교하고 이해해야지, 반세기동안의 분단으로 인해 벌어진 당연한 차이를 무엇 때문에 새삼 거론할 필요가 있는가? 그것도 북한어린이들을 1회성 웃음거리로 삼자는 것은 제작진들의 정치의식 수준을 의심케 한다.

남과 북의 차이를 알리자면 어린이들이 사회의 보호를 받으며 꿈과 희망을 펼치며 살 수 있는 사회인가, 아닌가의 기준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느낌표> 제작진들은 이러한 기본적 질문들에 대한 답을 먼저 찾고 시청자들에게 알리는 것이 방송의 임무라는 것을 지금이라도 깨닫길 바란다. 한순간의 웃음과 감정적 호소를 목적으로 하는 방송은 당장 그만 두어야 한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