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구타 동영상’ 안보고 조작설 제기

▲ 동영상에 의혹을 제기한 연합뉴스 기사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 국경경비대 초소에서의 탈북여성 구타 동영상을 보고 방금 돌아왔습니다. <연합뉴스>와 <문화방송>에서는 이 동영상이 조작이나 연출되었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더군요. 영상을 보고 나서, 의혹을 제기한 기사들을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기사를 쓴 기자가 먼저 동영상을 보았더라면 절대 그런 식으로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동영상을 보고나니 저도 거의 모든 의문점이 풀렸습니다. 그리고 영상에 대해 제기하고 싶은 몇가지 ‘문제’도 생겼지만, 지금은 꾹 참습니다.

‘기자’와 ‘인간’ 사이에서 겪는 갈등

이제껏 공개된 것은 14장의 ‘스틸사진’ 뿐입니다. 일부 언론은 이걸 갖고 시시비비를 따지는 희극(喜劇)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 동영상은 38분 04초 짜리였습니다. 정지된 사진과 사진 사이를 알 수 있는, ‘살아움직이는’ 그 영상을 보면 누구라도 의문이 풀립니다. 그런데 동영상을 보지도 않고서 어찌 그리 ‘용감하게’ 어설픈 의혹들을 제기할 수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럼 모든 동영상을 본 사람으로서 의혹을 하나하나 풀어달라고요? 죄송하지만 지금은 대답해 드릴 수 없습니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기자’와 ‘인간’ 사이에서 겪는 갈등입니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 답답합니다. 제가 아니라 그 어떤 기자라도, 기자이기에 앞서 인간이라면, 전모(全貌)를 밝힐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은 “수일 내에 다 밝힌다”라는 말밖에 달리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현재진행형의 ‘사실’에 주목해야

풀(full) 동영상을 저는 평양출신의 한영진 기자와 함께 보았습니다. 동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는 우리의 심정은 그리 유쾌하지 못했습니다. 동영상에는 스틸사진에서 느낄 수 없었던 절박함과 안타까움이 서려 있었습니다.

이국 땅에서 모진 고생을 하면서 중국돈 1만원(한국돈 150만원에 해당)을 겨우 모아, 8년만에야 고향으로 돌아가는 영상 속의 그 여인.

으슥한 밤에 강을 건너면서 한편으로 두렵고, 또 한편으론 얼마나 가슴이 벅차고 뿌듯했을까요? 이제야 가족들과 오손도손 살며, 어린 동생들에게 이밥에 고깃국 실컷 먹여주면서 오랜만에 누이 노릇 한번 제대로 해보려 했을 텐데, 안타깝게 경비대에 걸려 지금쯤 북녘 어딘가에서 모진 고생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소지품 중에 한국 영화와 노래가 담긴 CD까지 있었으니 끔찍한 형벌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가 취조를 당하며 매맞는 소리와 비명소리, 그 생생한 동영상을 숨죽이고 지켜보면서 아린 가슴을 쓸어 내리느라, 눈물이 흐르는 걸 참느라, 한참을 고생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영상의 ‘진실’이었으며, 어제 공개된 사진과 사진 사이에 숨겨진 ‘사연’입니다. 그리고 지금 북-중 국경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런 진실과 사연은 알아볼 생각을 않고 그림자가 이상하다느니, 완장의 위치가 바뀌었다느니, ‘몰카’가 어떻게 줌(zoom)이 당겨지는가 하는 것에만 관심들이 있으니, 그것이 한심하게 느껴져 영상을 보는 도중에 한숨만 흘러나왔습니다.

“한국 기자들은 전부 전화로만 취재하냐”

영상을 보고 나서 우리가 한편으로 놀랐던 것은, 이 동영상의 전체분량을 보려고 시도한 기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영상을 소지하고 계신 분은 “한국 기자들은 전부 전화로만 취재하냐”고 물었습니다. 달려와서 보면 보여줄 텐데, 왜 ‘와서 보고 확인하려는’ 기자는 없었냐고, 전부 전화로만 ‘조작 아니냐’고 묻더라고, 분개를 하더군요.

하여간 지금은, 그 영상을 기자들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조작과 연출’을 운운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그것도 나중에 속시원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보시면 압니다.”

동영상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자꾸 이 말이 떠올랐습니다.

“조사하지 않고 발언하지 말라.”

마오쩌둥(毛澤東)이 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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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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