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양강도 일부 농촌 지역에서 식량이 바닥난 농장원들이 이웃에게 호박을 빌려 죽을 쒀 먹으며 끼니를 겨우 때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가을에 갚기로 하고 빚을 진 상태에서 추가로 빚을 지면 감당하기가 어려워, 상대적으로 갚을 부담이 적은 호박을 꿔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7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현재 김형권군의 한 리에서는 두 집 건너 한 집이 끼니를 걱정한다고 할 정도로 농장원 가정들의 식량난이 심각하다”며 “그나마 사정이 나은 이웃에게 호박을 꿔다가 죽을 끓여 하루 세 끼를 모두 호박죽으로 때우는 가정도 많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대다수 농장원 가정에서는 전년도 가을에 분배받은 식량이 이듬해 2~3월이면 바닥난다. 이에 매년 봄철이면 가을에 수확해 빚을 갚기로 하고 식량을 빌리는 이른바 ‘가을내기’에 나서는 농장원 가정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농촌에서는 봄에 쌀 1㎏을 빌리면 가을에 두 배인 2㎏를 갚는 ‘2대 1 가을내기’가 일반적이라고 한다. 쌀을 빌릴 당시의 쌀값 시세에 맞춰 현금으로 갚는 것이 아니라 가을에 농장에서 분배를 받은 뒤 빌린 양의 두 배를 현물로 갚는 방식이다.
그러나 가을에 분배를 받아서 빌린 쌀을 두 배로 갚고 나면 농장원 가정에 남는 식량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겨울을 넘긴 뒤 이듬해 봄이면 다시 고리대로 식량을 빌리고, 다음 분배 몫으로 빚을 메우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현재 식량이 떨어진 농장원 가정에서는 당장 굶지 않으려면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고서라도 쌀을 또다시 빌려야 하지만, 짊어져야 할 빚더미를 생각하면 무작정 쌀을 꿔 먹기도 어렵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농장원들이 대신 호박을 빌려 끼니를 해결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양강도에서는 감자 역시 쌀과 마찬가지로 주식으로 취급돼 빚 부담이 커 농장원 가정에서는 감자를 꿔 먹는 것도 주저한다고 한다. 반면 부식물로 여겨지는 호박은 비교적 부담 없이 꾸고 갚을 수 있어 봄철에 빌린 식량마저 소진된 농장원 가정이 주로 찾고 있다는 전언이다.
호박은 주식이 아닌 만큼 빌려주는 사람도 돌려받을 것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웃에게 호박을 빌린 뒤 갚지 않는 농장원들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어려울 때 도움받았다는 고마움에 형편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더 얹어서 돌려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박 한 개를 받았다면 두 개로 갚는 식이다. 여기에는 언젠가 다시 도움을 청해야 할 상황에 대비해 이웃과의 관계를 잘 다져두려는 현실적인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
소식통은 “조금씩 꿔서 먹었다고 생각해도 가을에 가면 큰 빚이 되기 때문에 함부로 쌀을 꿔 먹지 못하고 그래서 대신 호박을 빌려 죽을 쒀 먹는 것이 지금 농장원들의 형편”이라며 “당장 하루 한 끼를 어떻게 때울지, 가을에 가서 진 빚을 어떻게 갚을지, 이후에 겨울은 또 어떻게 날지 걱정하는 것이 농장원들의 고달픈 삶”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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