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에서 인민반장을 맡지 않으려는 기피 현상이 심화해 후임자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 인민반장 선출이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지던 수도 평양에서조차 이런 일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양시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에 “평천구역의 한 동에서 인민반장이 나이가 많아 교체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아무도 하겠다고 나서지 않아 논의만 거듭하고 있다”며 “자격과 조건에 들어맞는 사람들은 있는데, 정작 하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에는 인민반장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지방뿐만 아니라 평양에서도 인민반장 기피 현상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인민반장 후보로 거론되면 건강이 좋지 않다며 꾀병을 부리거나, 가정 형편이 어렵다며 읍소하거나, 아예 직장에 적(籍)을 걸어 대상에서 빠지는 꼼수까지 동원하고 있다.
이전에는 인민반장직을 거절하면 동사무소가 세대주(남편)의 직장에 이 사실을 바로 통보해 압박하는 경우가 있었다. 남편의 출세에 불이익이 있거나 직장 생활에 지장이 생길 것을 우려해 마지못해 인민반장직을 맡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책임에 비해 얻는 것이 없다는 인식이 짙게 깔리면서 이런 조직적 압박조차 통하지 않고, 인민반장직을 한사코 거절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남편 직장에 통보되는 것이 무서워 울며 겨자 먹기로 맡았지만, 지금은 ‘비판 한 번 받고 말지 누가 인민반장을 맡아 사서 고생하겠냐’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고 했다.
북한에서 인민반장은 동사무소의 지시를 받아 관할 인민반 세대들에 세외부담 과제를 전달하고, 각종 노력(인력) 동원 사업을 지휘하며 수행 상황을 점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문제는 건설장 지원이나 지역 미화사업 등 인민반 단위로 내려오는 각종 동원 과제가 빈번해져 인민반장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식통은 “인민반장이 하는 일이라고 해봐야 사람들을 동원하는 것인데, 요즘은 후방사업만 하겠다며 돈을 내고 빠지는 세대가 워낙 많다 보니 실제 동원은 몇몇 가구에 집중되고 그에 따라 불만이 쌓이면 가장 먼저 인민반장이 욕을 먹는다”며 “주민들 불만은 다 들으면서 책임은 책임대로 져야 하니 인민반장 하겠다는 사람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이 좋지 않으면 상급인 동사무소로부터 추궁과 시달림을 받고, 반대로 실적을 채우기 위해 주민들을 독촉하면 거센 반발과 눈총을 감수해야 하는 ‘샌드위치’ 신세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도 직접 인민반장들의 역할을 강조하셨지만, 현실의 주민들 속에서는 ‘속 편하게 사는 게 최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집단을 위한 역할을 꺼리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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