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조약 체결 2주년 기념 강연회…러시아 파병 군인 희생 언급

북한군 파병을 조약의 실천적 이행으로 제시…"원수님이 책임져주신다"는 '은덕' 서사로 내부 동요 덮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4년 6월 20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락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조인됐다”라면서 “김정은 동지께서 푸틴 동지와 함께 조약에 서명했다”라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러시아와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대한 조약’ 체결 2주년을 맞아 북러 동맹을 강조하는 간부 학습반 강연회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해남도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에 “해주시는 지난 18일 하달된 상급 당 조직의 지시에 따라 19일부터 일주일 동안 간부 학습반을 대상으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담대한 결단으로 마련된 강위력한 조로(북러) 동맹은 영원불멸할 것이다’라는 내용의 강연회를 대대적으로 진행 중에 있다”며 “이번 지시는 조로 조약 체결 2주년을 기념해 내려진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강연회에서는 지난 2024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평양 상봉으로 마련된 북러 조약이 그 어떤 난관 속에서도 쌍무관계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법적 기틀이 됐다는 점이 언급됐다.

또 지난 2년간 정치, 경제, 문화는 물론 국방과 안보 등 포괄적 영역에서의 북러 간 소통이 전례 없이 강화됐다면서 평양-모스크바 여객기 운항 재개, 북러 친선병원 착공, 북한군 러시아 파병을 조약의 실천적 이행을 증명하는 핵심 지표로 제시했다.

실제로 이번 강연회에서 가장 독특하게 강조된 대목은 러시아 파병 군인들에 관한 것이었다. 동맹국인 러시아의 전선에 투입돼 전사한 군인들의 희생은 조국을 위한 위대한 희생이었으며, 김 위원장은 이들을 끝까지 책임져준다는 점이 특별히 강조됐다는 전언이다.

전사한 군인들을 대미 공동 전선에서 위대한 공을 세운 영웅들로 추켜세워 사상적 동요를 차단하는 데 열을 올리는 한편, “원수님(김 위원장)께서 머나먼 타국 전선에 나간 전사들을 친혈육의 정으로 가슴에 품어 안으시고, 그들의 생사와 가정의 생계까지 대담하게 직접 다 책임져주신다”며 충성심 고취를 통한 결속을 유도한 것이다.

소식통은 “강연회를 통한 이 같은 강력한 사상 교양에 해주시 간부들은 겉으로 국가의 외교적 성과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내심 복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에 가서 전사한 군인들을 원수님께서 혈육처럼 책임져주신다는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간부들도 다분히 있었으나, 원수님의 사랑에 감동해서가 아니라 타국 전쟁에 나가 무덤이 된 군인들을 생각하며 흘리는 눈물이었다”며 ”혹시 내 자식도 언제 타국 전선으로 날아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을 졸이며 불안해하는 분위기도 역력했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간부들 속에서는 군인들이 희생한 대가가 장마당 물가 안정이나 주민들의 실질적인 배고픔 해결로 이어지지 않는 한, 파병 당위성에 대한 공감을 사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이번 강연회가 조로 조약 체결 2주년에 맞춰 일주일간 긴급하게 진행되는 것은, 파병 이슈에 따른 피로감과 불안감이 내부적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를 ‘동맹 전선의 승리’와 ‘수령의 은덕’이라는 서사로 덮으려는 당국의 의도가 깔려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Previous article“다시는 연락하지 말라”…탈북민 거부하는 북한 내 탈북민 가족들
Next article‘샌드위치’ 신세인 인민반장…평양에서도 기피 현상 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