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연락하지 말라”…탈북민 거부하는 북한 내 탈북민 가족들

가족에 대한 그리움보다 처벌 두려움 더 큰 데다 이용당하는 것에 피로감 느껴 스스로 연계 끊어

함경북도 회령시 인계리 인근 초소. 초소 사이 북한 경비대원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데일리NK

북한 보위기관의 탈북민 가족 감시가 갈수록 강화되면서 탈북한 가족에게서 연락이 와도 연락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보다 처벌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큰 현실이 반영된 현상으로 보인다.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23일 “회령시의 한 탈북민 가족이 이달 중순 담당 보위원에게 불려 가 ‘원수님의 배려로 새집도 받았는데 (탈북한) 친척에게도 이런 사랑과 배려를 알려주라’는 사상 교양을 받았고, 이후 연락을 해온 탈북한 친척에게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보위기관은 탈북민 가족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탈북민들과 연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탈북민 가족을 감시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체제 선전의 통로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새 살림집 공급 등 주민 생활 개선과 관련한 시책들에 대해 일부러 이야기하게 하면서 체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탈북민 가족들은 체제 선전에 나서기보다 탈북민들에게서 연락이 오면 “연락하지 말라”며 스스로 연계를 끊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들이 관리 대상에 들어 보위기관의 상시적 감시를 받고 선전 도구로 쓰이는 것은 물론, 보위원들의 사리사욕이나 실적 쌓기에 이용당하는 것에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탈북민 가족들은 보위원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정보원(스파이), 인민반장, 주변 주민들의 감시에 밧줄을 타는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다”며 “생활 수준이 조금만 나아져도 바로 보고돼 보위원들이 수입 대 지출 내역을 따지고 들고, 뇌물을 요구하고, 단속 실적을 위한 수단으로 삼기도 하니 탈북한 친척에게서 돈을 받아도 마음대로 쓸 수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함경북도 소식통도 “회령시의 한 탈북민 가족은 최근 전화 통화 도중 주변 분위기가 수상하다고 느끼자 갑자기 ‘반역자 같은 게 왜 전화하나, 부끄러워 죽겠다’며 큰소리를 쳤다”면서 “이는 주변의 눈을 의식한 반응이기도 하지만, 더 이상 감시받으며 살고 싶지 않다는 처절한 저항의 표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반역자라고 해도 가족은 가족이라는 생각은 여전할 것”이라며 “다만 감시와 처벌 위험 때문에 연락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그래서 실제로 생계가 막막하더라도 탈북한 친척과 아예 연락을 끊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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