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파병 전사자 유족 ‘평양 이주’ 착수…직계만 선별·신원검증 강화

北, 평양 이주 대상자는 전사자 부모·배우자·자녀로 한정… 당성 문제 시 평양 거주 제한할 듯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8월 3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목란관에서 해외 군사작전에서 특출한 공훈을 세운 참전 열사들의 유가족들을 만나 따뜻이 위로해 주었다”라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러시아에 파병됐다가 전사한 군인 유가족들의 평양 거주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인원이 평양으로 이주해 오지 않도록 당국은 전사자들의 직계 가족을 분류하고 이들에 대한 철저한 신원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군(軍)과 당(黨)이 합동으로 러시아 파병 유가족 중 평양 거주자 선발을 위한 명단 조사 및 가족 관계 확인 작업에 돌입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8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사자들의 유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유가족들이 온 나라의 존경과 찬탄 속에 평양에서의 행복한 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당과 국가가 성심을 다해 도와드리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전사자 유가족의 평양 이주는 이 같은 발언에 대한 실질적 후속 조치로 평가된다. 

북한 당국은 너무 많은 인원이 평양 거주권을 부여받지 않도록 직계 가족의 기준을 부모나 배우자, 자녀에 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부모나 형제 등은 함께 살고 있더라도 평양 거주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평양 거주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는 가족들에 대해서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지역 내에 새로운 주거지를 국가가 마련해주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부모를 함께 평양으로 모셔갈 수 없기 때문에 유가족 중 일부는 평양 거주권을 포기하고 기존 거주지에서 새로운 집을 제공받는 방안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소식통은 “군과 당이 유가족들의 직계 가족을 철저하게 검토하는 이유는 무분별하게 지방 사람들이 평양으로 이주해 오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북한 주민들에게 평양 거주는 일부 계층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으로 여겨진다. 북한 당국이 러시아 파병으로 전사한 군인 가족들에게 평양 거주권을 부여하는 것은 러시아 파병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고 군인 가족을 통해 흘러나오는 파병 관련 정보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보위기관도 유가족들의 조직생활 태도, 당에 대한 충성도, 주변의 평가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사자 직계 가족으로 평양 거주권이 부여된다 하더라도 당성(黨性)에 문제가 있을 경우 평양 거주를 배제하기 위해 보위기관도 유가족에 대한 신원조회에 나선 것이다. 

군 내부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은 “참전 희생자 가족을 평양으로 이주시키는 것은 이들에 대한 우대 조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들을 엄격히 통제하려는 목적도 포함돼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 내부에서도 유가족을 통해 러시아 파병 관련 기밀이 새나오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소식통은 “실제로 평양 거주권을 받는 희생자 가족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도 있다”며 “국가에서 엄격한 심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당성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직계 가족이라도 평양에 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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