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당대회 개최 소식 없는 北…내부에 비상 상황 발생?

4일 개회 예정이었으나 참가자 중 발열 증상자 속출… 인원 교체 작업 급히 이뤄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1일 제8차 당 대회 대표증 수여식이 지난 30일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번 당대회는 3천여명의 지역 대표자가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1월 초순 노동당 8차 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닷새째 관련 보도가 나오지 않고 있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당대회를 열지 못하는 내부 변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실제 관련 정황들이 포착됐다.

5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당대회 참가자 중 발열 증상자가 계속해서 발생해 4일 오후까지 급하게 인원을 교체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앞서 지난달에도 평양에 도착한 대회 참가 대표자 중 20여 명에게서 발열 증상이 나타나 인원이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바로가기: “黨 대회 맞아 사회안전군 500명 투입…고열 증세 20명 지방行”)

하지만 이후에도 발열자가 산발적으로 나타나 현재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소식통은 4일 전국의 열차 운행이 일시적으로 중단됐으며 당대회 참가자를 이송하는 긴급 내연 기관차가 움직이는 모습이 각지에서 포착됐다고 전했다. 전기가 끊겨도 이동할 수 있는 내연 기관차를 평양과 각 주요 도시에서 동시에 운행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더욱이 보통 북한에서는 5~7량의 열차를 운행하는데, 2량짜리 열차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부 주민들은 긴급한 사안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애초 4일에 당대회를 개최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본지 취재 결과 4일 오전 2시 30분경 4·25문화회관 앞 영생탑부터 개선문과 천리마동상, 모란봉극장, 만수대동상을 지나 중앙당 청사까지 이어지는 55도로가 봉쇄됐고, 4·25문화회관 앞에는 소독액 자동분사기가 설치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하지만 4일 새벽 대회 참가자들이 묵고 있는 숙소에서 발열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보고가 중앙당에 접수되면서 당국은 결국 당대회 개최를 연기하기로 하고 곧바로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전체 대회 참가자 중 발열 증상자가 몇 명인지 정확하게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양강도·자강도·평안북도·함경북도 등 북중 국경 지역 출신 대표자들 각각 10여 명이 발열 증상을 보였으며 그 외 내륙지방에서도 10명 안팎의 증상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한차례 발열 증상자에 대한 인원 교체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나흘 사이 최소 50여 명의 증상자가 속출한 것이다.

현재 당국은 대회 참가자들의 발열 상황을 관리하는 관련 기관에 미열이라 할지라도 발열이 의심되는 인원에 대해서는 재고 없이 즉시 교체하라는 지시를 내린 상태다.

당대회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00여 명의 지역 대표자들과 함께 참여하는 행사인 만큼 단 한 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자도 행사장에 들여보내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전염병에 대한 김 위원장의 강박증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당국의 본래 계획은 당대회 참가자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대외적으로 드러내는 것이었기 때문에 내부에선 이 문제를 놓고 긴급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1월 초순에 당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공언한 만큼 당국은 당대회를 반드시 개회한다는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5일 개최 여부는 현재까지 정확하게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당 내부 상황에 정통한 고위 소식통은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내부 단결 차원에서 당대회를 계획했던 것인데 전염병 상황에서 대규모 행사를 열겠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물러설 수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