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5월 초 예정된 제7차 노동당(黨) 대회를 통해 제도적·인적 쇄신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최고의 정치기구인 당 대회 개최를 통해 ‘당의 최고영도자’인 본인에 대한 충성심 확보에도 주력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김일성 유일지도체계와 김정일의 후계자 지위도 당 대회에서 발표된 만큼, 그간 공포통치와 인민애 선전을 병행하며 권력 기반을 다져온 김정은이 당 대회를 기점으로 자신의 시대를 공식 선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때문에 체제 정비와 경제 개혁 부문 및 인적 교체에 있어 김정은이 선대(先代)와 어떤 차별성을 둘 지가 이번 당 대회의 관전 포인트로 보인다.
“김정은, 당 조직지도부 중심 공안통치 주력 가능성…유일영도체계 수립할 것”
이번 당 대회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김정은의 위상 변화다. 김정은은 지난 4년 간 김정일 시대를 기점으로 비대해진 군부의 권력을 축소하고 노동당의 위상을 세우는 등 당 중심의 국가운영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해왔다. 특히 노동당 내 중·하부 인사들을 정치 신인들로 대거 교체, 김정은식 충성분자 세력을 구축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노동당 내에서 조직지도부를 앞세워 일종의 공안 통치 실시에 대한 발판을 마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은이 장성택·현영철 등 당·군·정 핵심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단행한 이후 자신의 측근으로 부상시킨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지위 상승을 꾀하면서 공포통치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조한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19일 데일리NK에 “선군(先軍)정치는 1990년대 중·후반 대기근 당시 김정일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종의 계엄 통치를 한 것일 뿐, 본래 사회주의 체제에서 선군정치는 비정상적인 시스템”이라면서 “선군정치는 김정은 집권과 함께 사실상 이미 끝난 상태였다. 당 대회에서 이뤄질 체제 정비는 군부와 장성택의 행정부로 쏠렸던 힘을 당 조직지도부와 공안세력에게 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김정은이 본인 스스로 당 총비서와 국가주석 자리에 오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관련기사 바로가기 : “北, 5월 7차 黨대회서 김정은 총비서·주석으로 추대”) 김정은이 새로운 유일영도체계 수립을 선포하면서 통치 기반을 확실히 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두 자리(총비서와 국가주석)를 김정일조차 쉽게 건드리지 못했고, 김정은이 실권을 장악하는 데 주력해왔다는 점에서 김정은이 허울뿐인 자리에 목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정 확충 위해 조세·금융 제도 개혁 가능성…체제 위협 우려해 제한적 개방할 듯”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경제강국건설’을 최대 과제로 내세우면서 개방 가능성도 점쳐졌으나, 자충수가 된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인해 이 분야에서 뚜렷한 구상을 내놓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다만 강력한 대북 제재 국면에서 통치자금 확충을 꾀하기 위해 내부 경제개혁은 시도할 가능성은 있다. 2012년부터 제한적으로 실험해왔던 새로운 경제관리방법(일명 6·28방침)을 확대, 성과에 따라 생산물을 분배하거나 공장과 기업, 상점 등에 자율경영권을 부여할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시장 사용료(장세) 등 일종의 조세 제도를 공식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북한이 지난해 12월 무려 25년 만에 재정은행일꾼대회를 열어 은행 기능 활성화에 대한 구상을 제시한 바 있어, 김정은 식(式) 금융 정책이 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임을출 경남대학교 교수는 “포전담당제나 공장기업소 책임경영제 등을 공식화하거나, 사유재산을 허용하지 않는 선에서 세금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시장이 발전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예금이나 대출 기능을 요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금융 정책에 관한 개편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북한의 대외 개방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인 개혁개방의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체제 유지에 목말라 있는 김정은은 체제에 대한 위협 가능성을 제거한 ‘제한된 개방’ ‘부분적 개혁’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당 내세운 내부 결속 시도, 김정은 체제안정화에 오히려 타격될 것”
한편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도 북한은 새로운 연방제 방안 혹은 평화협정 문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대내외에 자신들이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내부 결속을 유도해 체제 공고화를 꾀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핵보유국 인정’을 주장하고 있는 김정은은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불구, 핵·미사일에 대한 야욕을 더욱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정은은 이번 당 대회를 통해 수소탄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성공 등을 주요 치적 사업으로 선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미 정치적 권위가 떨어진 당을 통해 충성심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은 김정은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간부와 젊은층 사이에서 인민생활과는 무관한 핵개발과 당 대회에 대한 회의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각종 정치행사에만 집착하는 김정은에게 반발심을 가질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조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아무리 정치적 수사를 한다 한들, 장마당 세대를 중심으로 한 북한 주민들로서는 국가로부터 무언가를 얻고 있다는 체감을 전혀 하지 못한다”면서 “주민들이 고강도 대북 제재 속에서 보릿고개를 우려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막대한 자금을 투여한 당 대회를 여는 건 결국 김정은에게 크나큰 타격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앞으로 북한은 7차 당 대회 종료 이후 성공적 개최됐다고 선전할 것으로 보이나 대북 제재 국면에서 북한이 당 대회 관련 실질적 성과 거둘 가능성은 낮다”면서 “준비 과정에서 대중 동원으로 인한 재정고갈과 주민 피로감 등이 향후 북한 체제의 안전성에 어떤 영향 미칠 지 예의주시할 필요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