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기조연설 막전막후 관측도

▲ 27일 각국의 기조연설이 이어지면서 협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베이징에서 진행중인 6자회담이 둘째날에 접어들면서 협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날 오전 참가국들은 전체회의를 열고 각국의 입장을 담은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오후부터는 구체적인 각국 입장을 토대로 한 실질 협상이 진행된다.

이날 기조연설은 4차회담에 임하는 각국의 협상 전략을 압축한 것으로 향후 회담을 전망할 수 있는 중요한 기초가 된다. 특히 두 차례에 걸쳐 양자접촉을 가진 북•미가 어느 수준에서 협상안을 마련할 지가 주요 관심사다.

지난 세 차례의 6자회담과 1년 동안의 휴회기간을 거치면서 각국의 입장은 대부분 드러났다. 그러나 기조발제는 이번 회담에 임하는 각국의 구체적인 협상카드라는 점에서 그동안 진행된 물밑 접촉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군축협상을 주장하는 등 기존 입장을 반복할 경우 회담은 성과 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 군축회담에서 한 풀 꺾인 평화체제 공세도 그 범위를 주한미군으로 확대할 경우 회담이 공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아직 불분명하다. 북한은 그동안 핵 보유 명분으로 미국의 위협을 내세워 온 만큼 체제보장 문제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제안한 안전 보장의 절차와 방식, 의지를 확인하는 데는 별 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

북미 접촉에서 군축회담 주장 고수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의 범위를 북핵에 한정하고 미국이 고농축우라늄(HEU) 문제를 후속 회담으로 연기할 경우 잠정적인 합의가 가능할 수도 있다. 각국이 겉으로는 실질적 진전을 다짐하고 있는 만큼 일시적인 우회나 대회전(大回轉)도 가능하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미간 간극(間隙)은 여전히 커 타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26일 북•미 접촉에서 북한은 미국이 요구한 선 핵폐기 거부 의사를 밝히고 군축회담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계관 북측 수석대표는 “핵전쟁의 위협을 종국적으로 없애고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당사자들의 확고한 정치적 의지와 전략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혀 미국과 핵 보유국으로서 정치적 타결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까지 회담 전 양자접촉을 통해 밝혀진 북한의 입장은 ▲군축회담으로 6자회담 의제 전환 ▲비핵화 대상은 핵무기와 재처리 시설(발전용 제외)로 제한 ▲HEU 프로그램 존재 부인 ▲선 핵폐기 수용 거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위협 제거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북한의 회담 전략에 따라 6자회담 성패 좌우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경우 체제 보장과 경제지원을 실시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혀왔다. 또한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힐 대사는 “북한측이 전략적인 결단을 내려 핵을 포기한다면 기타 각측은 ‘말대 말’ ‘행동대 행동’에 관한 상응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과 마찰을 빚어온 핵 동결 시 보상과 대북 에너지 지원 참여, 고농축 우라늄 문제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회담 타결의 키는 북한과 미국이 쥐고 있다.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핵 폐기와 체제보장을 구체화하는 전략을 세웠다면 군축회담이나 평화체제 구축을 내세우지 않고 경제적 보상과 미국으로부터 에너지 지원, 경제제재 해제, 수교 단계로 단기간 이행에 관심을 보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 전개가 가능하다면 미국도 북측의 태도에는 협상 여지가 있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핵 보유를 종국적으로 목표로 하고 억지와 지연전략에 매달린다면 회담 전도는 암울하다. 북한이 군축회담을 주장하고 처음부터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미국과 담판을 촉구하는 전략을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축회담 주장은 북한을 고립시킬 결정적 위험이 존재한다.

북한을 제외한 참가국들이 군축회담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따라서 이런 위험부담을 피하면서 지연전략을 쓰기 위해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추상적인 구호에 매달리며 주한미군 문제나 남북 동시사찰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북한의 회담 전략이 어디에 있는가가 4차 회담을 결정지을 핵심 키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의 계산이 어디쯤 가 있는지 두고 볼만 하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