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재개 가시권..北 ‘과감한 조치’ 주목

“북.미 수뇌부의 의지를 생각할 때 예상보다 빠르고 과감한 진전이 가시화되는 국면이다.”

북핵 현안에 정통한 정부 고위 소식통은 21일 핵 프로그램 신고를 둘러싼 지난 5개월간의 우여곡절이 마무리되고 있는 최근 상황과 관련해 ‘수뇌부의 의지’에 강조점을 찍었다.

제2차 핵위기의 근원이었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 등 미국내 강경파들이 중시하는 현안을 ‘간접시인’이라는 우회적 방법으로 처리한 것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자국내 협상파에 대한 지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또 198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영변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의 가동기록을 담은 1만8천여쪽의 방대한 자료를 통째로 미측에 넘긴 북한의 행동 역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이 없이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이 중국에 제출할 신고서 내용의 검증 등 앞으로 남은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일단 향후 수개월을 상정한 중기적 관점에서 보면 북핵 협상은 긍정적인 기류 속에서 전개될 것으로 북핵 외교가는 보고 있다.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 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에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은 이달 말께 중국에 핵 신고서를 제출하고 중국은 이를 6자 참가국에 회람하게 된다.

이와 연계해 미국측의 의무 사항인 테러지원국 해제 등이 있을 것이며 그 다음에 영변 핵시설 가운데 규모가 큰 냉각탑의 폭파 해체가 이뤄진 뒤 6자회담이 재개되는 일이 연차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평양에서 활동하는 APTN 등 미국 언론사에 의해 냉각탑 폭파 모습은 전 세계에 생중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북한측 입장을 주로 대변하는 재일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지난 14일 북한이 미국에 핵자료를 전달한 것을 언급한 뒤 “동시행동 원칙이 관철된다면 세계에 보란듯이 보다 대범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용의도 있는 듯 하다”고 보도했다.

조선신보는 ‘조선의 핵계획 관련 문서제공, 전략적 결단에 안받침된 조치’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6자회담 합의가 정확히 이행될 때는 조선반도 비핵화의 원칙이 현실에 뚜렷이 나타나는 법”이라며 “핵문제는 조미(북미) 적대관계에 근원이 있으며 따라서 ‘조선의 핵포기 대 미국의 적대시 정책 포기’의 동시행동원칙에 기초해 단계적으로 풀어나가야 옳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특히 “조선은 최고영도자가 몸소 비핵화 실현에 대해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확언하고 있는 나라”라며 이번의 핵 관련 자료 제공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전략적 결단이 뒷받침된 행동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다음달 상반기까지 6자회담이 개최돼 핵 신고 내용의 검증방안과 비핵화 3단계인 핵폐기 로드맵의 개략적 윤곽이 도출되면 북한은 더욱 더 과감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폐기와 관련해 중대한 진전으로 평가되는 테러지원국 해제가 단행되는 시점을 전후해 북한의 고위인사가 미국을 방문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북한과 미국이 베를린 양자회담을 통해 ‘BDA(방코델타아시아) 문제’의 해법과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한 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3월초 미국을 방문해 관계정상화 현안을 논의한 것과 같은 맥락의 일이 재연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특히 북한이 지난해말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에 보낸 친서에 대해 공식적인 답신을 보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측 고위인사가 이번에 방미할 경우 김정일 위원장의 ‘뜻’이 미국 최고수뇌부에 전달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물론 정부 당국자들은 “아직 북한측 고위인사의 미국 방문 등과 관련된 얘기를 생각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하고 있지만 최근 북.미 간 협상이 진행되는 양상을 감안하면 ‘깜짝쇼’의 연출 가능성은 상존해있다는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부시 대통령의 임기를 감안할 때 올 8월까지 핵폐기 로드맵을 만들고 중요한 조치를 실천에 옮기면 부시 대통령의 임기를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6자회담의 모멘텀은 유지될 수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그 전에 어느 단계까지의 진전이 이뤄지느냐이며, 이는 전적으로 북한 최고수뇌부의 선택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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