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핵실험 위협, ‘제재만으로 北비핵화 불가능’ 재확인”

북한이 핵무기 원료로 쓸 플루토늄 생산을 위해 핵연료를 재처리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에 주장하면서 대북 제재만으로는 북한 비핵화를 유도할 수 없다는 점이 재차 확인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것으로 평가되는 대북 제재가 시행된 이후에도 탄도미사일 발사 등 위협을 멈추지 않았던 북한은 이번엔 5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제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경제적 제재가 북한에 큰 타격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정은 선전맨’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일하던 태영호 공사가 ‘북한 체제에 환멸을 느꼈다’며 한국으로 망명했다는 점에서 제재의 효과가 뚜렷이 나오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여전히 대북 제재만으로는 북한 비핵화와 진정한 변화를 유도할 수 없다는 관측도 만만찮다.

전문가들은 ‘제재만으론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굴복시키는 건 애초에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제재 이후에 진행된 북한 제7차 노동당(黨) 대회에서 핵 강국에 대한 야욕을 여실히 드러냈던 것처럼 경제적 압박만으로 북한의 ‘핵 독트린’을 와해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이와 관련 박영호 강원대 초빙교수는 18일 데일리NK에 “북한은 고강도 제재가 가해지는 것과 상관없이 핵개발 의지를 꺾겠다는 뜻이 전혀 없다. 제재 이후에도 북한은 이미 미국을 포함한 다른 핵보유국에 대응해 자신들도 핵무기 고도화를 추구할 것이라 천명하지 않았나”라면서 “지금의 제재로 북한을 굴복시키겠다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현 시점에서 플루토늄 재처리를 했다고 밝힌 건 북한으로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 “앞서 스스로 밝힌 대로 핵무기가 될 수 있는 원료를 계속 누적해 핵 기술 수준을 높일 것임을 재확인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우 전(前) 통일연구원장도 “북한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해왔다. 지금에 와서 플루토늄 재처리를 시인한 것도 별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일종의 말장난일 뿐”이라면서 “핵개발을 멈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북한인데, 제재 국면이든 뭐든 ‘굴복하지 않겠다’ ‘핵무기 고도화 계속한다’고 밝히는 건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제재 하나만으로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지 말고 핵 협상부터 인권 압박, 내부 균열 조장, 나아가 지도부 교체까지 촉진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김정은 아킬레스건을 직접 타격하면서 ‘체제 균열’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제재는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 제재만으로 핵개발 의지를 굴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국제적으로도 그런 전례가 없다”면서 “이란도 제재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핵을 포기한 게 아니라, 핵 협상은 물론 지도자 교체 등 대내외적으로 핵 포기를 유도할 만한 요소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북한에 대해선 제재만 있을 뿐 핵협상의 가능성조차 없는 상황인데다, 북한 내부에서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거나 지도자가 교체될 거란 기대도 전혀 할 수 없지 않나”라면서 “이런 요소들을 유도하는 것조차 시도하지 않은 채 그저 제재만 가하니 가시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특히 박 교수는 “북한이 핵 강대국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 취하고 있는 만큼, 외부에서도 경제적 제재뿐만 아니라 핵 협상부터 외교적 압박, 인권 문제제기, 북한 주민 변화 유도 등 여러 요인을 중첩적으로 촉발시키려 해야 할 것”이라면서 “북한 정권의 리더십이 바뀌지 않는 한 ‘핵 포기는 없다’는 걸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북한 자체만을 겨냥한 전략뿐만 아니라, 주변국을 효과적인 대북지렛대로 삼을 수 있도록 외교력을 제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패권 확장을 우려, 날을 세우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북한 비핵화’를 기조로 한 대북 공조가 와해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전 원장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대북제재를 지속해야 하는 건 맞지만, 지금의 동북아 신냉전 구도가 바뀌지 않으면 대북 제재를 통한 비핵화는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면서 “중국이 미국과 패권 경쟁을 하면서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데, 이는 북한을 압박하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다섯 개 나라 중 두 곳이 중국과 러시아다. 북한을 굴복시키기 위해선 북한 체제가 위험해질 수도 있을 만큼 강력한 제재가 필요한데, 중국이 이를 원치 않고 러시아가 거기에 편승하는 형국”이라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 변화를 유도할 외교적 노력도 더욱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북한이 플루토늄 확보를 위해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했다는 보도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 관련 활동을 금지한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면서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플루토늄 추가 확보를 위한 재처리를 지속 추구해 왔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고, 이에 관련국들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면서 “정부는 (북한의 핵연료 재처리에 시인 건에 대해) 관련국 및 국제기구들과 대응방안을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