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대회 준비로 농근맹대회 차질… “참가자들 평양갔다 되돌아와”

노병대회 정기화 방침에 선전부 부랴부랴 준비 작업 돌입…농근맹대회 참가자들 일단 해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제7차 전국노병대회 참가자들을 위한 공연이 26일 인민극장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마스크를 쓴 노병들이 일어나 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7월 초에 열겠다던 조선농업근로자동맹(농근맹)대회를 아직 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럽게 노병대회 개최를 준비하면서 농근맹대회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졌다는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에 “깜빠니아(캠페인)적으로 노병대회를 준비하는 것 때문에 일정이 바뀌어 농근맹대회도 안 열렸고, 평양에 올라가 있던 농근맹대회 참가자들도 도로 내려왔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앞서 당(黨) 선전선동부는 매해 노병대회를 국가적인 행사로 개최하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침을 받들어 부랴부랴 대회 준비에 돌입했다.

노병대회는 본래 매년 열리는 행사는 아니었지만, ‘해마다 전국의 노병들을 평양에 모셔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을 성대히 기념하라’는 김 위원장의 뜻에 따라 올해부터 정기적인 국가행사로 치르게 됐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1993년 정전협정 체결 40주년을 맞아 처음 노병대회를 개최한 뒤 줄곧 열지 않다가 2012년, 2013년, 2015년, 2018년, 2020년에 각각 대회를 진행한 바 있다. 지금껏 총 6차례 진행된 노병대회 가운데 김정은 체제 들어서만 5차례가 열렸다.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의미에서 정전협정 체결일을 전승절로 기념하고 있는 북한은 한국전쟁 당시 참전했던 노병, 이른바 ‘전승세대’의 헌신을 추켜세우며 세 세대들이 이들의 투쟁 정신을 따라 배워야 한다고 강조해오고 있다. 노병대회 정기화는 주민들의 사상 이완을 단속하고 내부를 결속하기 위한 차원인 셈이다.

소식통은 “지난해 6차 노병대회 때 원수님(김 위원장)께서 현지 말씀으로 혁명 원로들을 1년에 한 번씩 챙기겠다고 하셨다”며 “원수님 말씀은 1년에 한 번씩 노병들을 평양에 모셔 크게 대회를 열라는 것이었는데 선전부가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무심코 흘려보내고 있다가 질책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선전부는 올해 전승절을 앞두고 “천만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우리 노병 동지들을 곁에서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1년에 한 번씩 대회를 열라고 한 것인데 이것도 제대로 조직사업을 짜고들지 못하냐”는 김 위원장의 지적을 받아 급하게 대회 준비에 나섰다고 한다.

결국 7·27 계기 노병대회 준비로 혼선이 빚어지면서 평양에 올라갔던 농근맹대회 참가자들이 해산해 다시 돌아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지지난 주 초 평양에 올라갔던 평안도, 황해도, 남포시 등의 농근맹대회 참가자들은 하루이틀 행사 일정에 따라 움직이긴 했지만, 대회 참가증을 주지 않아서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며 “그러다가 15일에 일단 대기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17일에는 행사 일정이 바뀌었다면서 해산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그 주 주말 사이에 완전히 다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과적으로 보면 노병대회 때문에 농근맹대회를 열지 못한 것”이라며 “평양에서는 농근맹대회 참가자들을 다 돌려보낸 뒤 18일부터 24일까지 노병대회 개최와 관련해 숙소나 선물을 준비하는 작업이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일단 현재로서는 농근맹대회가 언제 열릴지 구체적인 일정에 관한 방침이 내려오지 않은 상태지만 빠르면 노병대회가 끝난 직후인 이번 주말께, 늦어도 8월 초에는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