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시민 공급용 민물고기 마련 지시…양어 단위들 한바탕 곤욕

9·9절 앞두고 칠색송어·철갑상어 선별해 평양으로…"모든 부담과 책임은 아래 단위가 떠안아" 지적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4년 5월 5일 평양 대동강양어 및 종어생산공급소 양어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조명하며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영도 업적을 빛내어 갈 일념에 넘쳐 있다”라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강원도 당위원회가 정권수립일인 이른바 ‘9·9절’을 앞두고 도내 양어 단위들에 명절 공급용 민물고기를 평양에 보내도록 지시했던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선별 기준을 까다롭게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평양으로 운반하는 도중 물고기가 폐사할 경우 책임까지 묻겠다고 해 긴장감이 조성됐다는 전언이다.

15일 데일리NK 북한 강원도 소식통은 “도당위원회가 지난 4일 도내 양어 단위들에 평양시 공급용 민물고기를 마련하라는 긴급 지시를 내렸다”며 “공화국 창건일(9·9절)을 맞아 수도 시민들에게 공급할 명절 물자를 차질 없이 보장하라는 게 지시의 핵심이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도당은 평양시 공급용으로 마련할 민물고기 품종으로 칠색송어(무지개송어)와 철갑상어를 콕 집었다. 한 마리당 무게가 1㎏ 이상인 개체를 선별하고, 또 개중에 몸에 상처가 있거나 지느러미가 찢어지는 등 외관상 흠집이 있는 개체는 제외하도록 했다.

소식통은 “평양에 보낼 물고기는 무게만 맞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겉보기에도 흠이 없어야 한다”며 “그래서 양어공들이 물고기를 골라내는 과정에 흠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였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도당은 생물고기를 운반하는 차량의 산소 공급 장치를 미리 점검하고, 운반하는 동안 물이 차갑게 유지되도록 얼음을 준비하라는 구체적 지시까지 내렸다. 또 칠색송어와 철갑상어를 서로 섞이지 않게 따로 실어 운반하라고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운반 도중 물고기가 폐사하거나 운반 이후 기준에 미달하는 개체가 발견되면 해당 양어 단위의 당·행정 간부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경고도 뒤따랐다고 한다.

양어 단위들은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정해진 물량을 8일까지 평양시의 지정된 장소에 도착시켜야 했다. 다만 양어 단위별 할당량과 평양에 공급된 전체 물량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양어 단위들은 기한 내 물고기를 마련해 문제없이 운반해야 하는 과제 자체도 부담스러운데, 평양까지 운반하는 데 필요한 차량 연료와 얼음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부담까지 더해져 한바탕 애를 먹었다는 전언이다.

특히 강원도에서 평양으로 향하는 도로는 노면이 고르지 않거나 파손된 구간이 적지 않아 속도를 내기 어려울뿐더러 차량이 심하게 흔들리면 물고기들이 서로 부딪쳐 다치거나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운전수들도 도로 상태를 꼼꼼히 살피며 긴장감 속에 조심조심 차량을 운행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번 민물고기 공급 조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을 들여온 ‘양어 사업’의 성과를 과시하는 한편, 명절 계기 민심 달래기 차원에서 추진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수도 평양 시민들의 충성심을 유지하기 위해 말단 현장의 희생을 요구하는 북한 체제의 구조적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식통은 “명절이면 상태가 좋은 물고기를 골라 평양으로 보내지만, 정작 생산과 운반을 맡은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수도 시민에게 공급할 명절 물자를 마련하면서 모든 부담과 책임은 아래 단위가 떠안아야 하는 일이 반복되는 데 대한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Previous article더위 꺾이자 공원으로 몰려드는 北 주민들 “이제야 살 것 같다”
Next article국경경비사령부, 한미일 ‘프리덤 에지’ 앞서 최고 수준 경계 태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