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선경 일떠세우자” 강연에 농장원들 불편 기색 드러내

절량세대도 있는데 자긍심 가지라 하고 생산, 노력만 강조하니 농장원들 뒤돌아서 불만 표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7월 4일 게재한 양강도 갑산군 사평농장의 마을 전경.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농장에서 농장원들을 대상으로 농촌의 낙후성을 없애고 사회주의 선경(仙境)을 일떠세워야 한다는 내용의 사상교육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작 농장원들은 당장 생계를 잇기도 힘든 상황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구호만 강조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는 전언이다.

9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난달 말 청진시 청암구역의 한 농장에서 ‘사회주의 농촌의 변모된 모습’이라는 제목으로 약 1시간 동안 정기 강연회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강연에서는 농촌의 주요 과제로 나라의 식량 문제 해결과 농업 생산력의 지속적인 성장, 생활환경 개선 등이 제시됐다.

이와 관련해 강연자는 농촌에 남아 있는 이른바 ‘세기적 낙후성’을 없애고 ‘사회주의 선경’으로 변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농장원들에게 사회주의 조선에서 살아가는 자긍심을 갖고 농업 생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소식통은 “농촌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농장원들이 주인다운 태도로 생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 이번 강연의 핵심 내용이었다”며 “농촌이 처한 어려움을 농장원들의 사상과 노력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고 설명했다.

북한 농장들에서는 당 정책과 농업 부문의 과업을 전달하기 위한 강연회와 학습이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강연 역시 농장원들에게 농업 생산에 대한 책임감과 집단주의 정신을 심어주고 생산 참여를 독려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강연을 들은 농장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농장원 세대 가운데 식량이 바닥난 ‘절량세대’(絶糧世帶)도 있는 상황에서 자긍심을 가지라고 하는 것에 호응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실제로 북한 농촌에서는 매년 봄철이면 직전년도 가을 수확 이후 분배로 비축한 식량이 바닥나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올봄에도 상당수 농장원이 심각한 식량난을 겪었는데, 햇감자·햇밀·햇보리 등 대체 작물의 수확이 본격화된 7월 이후로 그나마 생활 형편이 나아졌다고 한다.

소식통은 “봄철에는 제대로 먹지 못해 농장원들의 얼굴이 새까맣다 못해 검은 흙덩이처럼 보일 정도였다”며 “여전히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농장원들이 적지 않은데, 사회주의 지상낙원과 선경을 이야기하니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강연이 끝난 뒤 농장원들은 “사회주의 지상낙원이나 선경마을이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라는 등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고 한다. 소식통은 “생활을 개선할 실질적인 대책은 없고 자긍심과 노력만 요구하는 이런 강연 내용에 농장원들이 염증을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농장원들의 생활 형편은 장마당 접근성과 교통 여건에 따라서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청진시 청암구역의 해당 농장은 자전거로 10~20리(약 4~8㎞) 정도를 이동하면 장마당에 갈 수 있어 농산물을 내다 팔거나 식량과 생필품을 구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라고 한다.

반면 군(郡) 지역의 리(里) 농장들은 교통 여건이 열악해 농장 트랙터가 운행될 때를 기다려야 장마당에 나갈 수 있을 정도라 농장원들이 농산물을 판매하거나 필요한 물품을 구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청암구역 농장은 인근 장마당을 이용할 수 있어 다른 군의 농장보다 생활 조건이 그나마 나은 편”이라며 “외진 지역의 농장에서는 농산물을 내다 팔거나 필요한 물건을 구하기 어려워 농장원들이 굶주림에 허덕이며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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